[책마을] 팀장님이 악귀에 씌였어, 어쩌지
회사에 다니면서 정말 싫은 사람을 안 만나본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이 바로 내 상사라면? 사실 이런 사연은 흔하디흔하다. 10여 년 전 막내이던 시절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 때문에 통근 버스 안에서 울던 날들이 있었다. 당시 회사에는 점심을 혼자 먹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매일 정오에 요가를 다녔다. 고통스러운 상황은 운 좋게도 길지 않았는데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운동이 습관으로 유지됐다.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나쁜 일로도 다 잃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사구의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는 제목부터 눈에 띄는 책이었다. 들고 있기만 해도 영험할 것 같은 표지는 회사 책상에 세워두면 악귀 같은 상사가 한 번쯤 놀랄 것도 같은 분위기다. 신인이지만 출간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고, 호러 장르이면서도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었다.

“네 직장 상사는 지금 악귀에 씌었어. 확실해.”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하죠…?” “퇴마해야지.”

무능한 또라이 직장 상사 ‘한 팀장’이 악귀에 씌어 갑자기 친절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렸더니 이 악귀가 사람을 잡아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모두의 안위를 위해 평범한 디자이너인 ‘김하용(나)’은 구독자 18만 유튜버에 빛나는 ‘무당언니’의 조언에 따라 한 팀장에게 팥을 먹이고 복숭아 나뭇가지로 머리를 때려 마귀를 퇴치하고자 진땀을 뺀다. 퇴마담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진짜 소리를 내어 깔깔 웃었다.

방음이 안 되는 원룸에서 옆집을 타고 전해지는 소음에 분노하며 월급은 쥐꼬리인데 백해무익한 상사와 씨름하는 일상의 고단함이 묻어나지만, 소소한 성공과 승리로 산뜻한 통쾌함도 적지 않은 소설. 퇴마에 미쳐 있는 유튜버 무당언니의 제안에 응해 조수가 된 뒤에도 알 수 없는 지시를 수용해야 하는 하용에게서 조금은 익숙한 생활인의 체념을 엿보기도 하고, 그럼에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로 굿즈를 만들어 활로를 열어보려 하는 모색과 의지에 관해 생각하기도 했다.

다음 페이지가 늘 궁금하던 책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제 다시 회사 책장 양지바른 곳에 올려두고자 한다. 다른 동료도 발견해주길 바라며.

최지인 문학 편집자·래빗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