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둘래" 짐 챙겨 나가더니 "내일 출근할게요"…말 뒤집은 직원의 최후[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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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겠다"며 짐을 챙겨 나간 직원이 그날 밤 곧바로 "출근하겠다"라며 말을 뒤집었더라도 사직의 효과가 이미 발생했다면 되돌릴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구두로 사직하겠다고 의사표시 했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받아들였다면 이미 그 순간 근로계약 합의해지가 성립한 것이라는 취지다.
대전지방법원은 병원장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9일 이같이 판단했다(2023구합200184).
2019년 한 병원에 입사해 물리치료 업무를 담당해온 A씨는 2022년 4월 물리치료실장이 자신에게 지시한 외래지원 업무 지시가 부당하다며 병원장을 찾아가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라고 지시하자 A씨는 "오늘까지만 일하려고 했는데 지금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병원장은 다른 직원에게 A로부터 사직서를 받으라 지시했다.
A는 곧바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책상과 사물함에 있던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챙긴 다음 다른 직원들에게 "그만두고 나간다"라며 병원을 나갔다. 이후 병원에서 주는 사직서 양식을 챙겼다.
하지만 막상 귀가한 A씨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밤에 B 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거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낼 출근하겠습니다. 낼 다시 뵙고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B 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를 사직 처리했다. 이후 A씨가 병원에 출근하겠다고 찾아왔지만 병원 측은 A씨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3개월 후인 7월 A씨는 전남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노위는 신청을 기각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에 해당된다며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A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이에 병원장 B씨가 노동위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
법원은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가 B 원장에게 확정적으로 사직 의사표시를 하고 B 원장이 이를 승낙하면서 근로계약 관계는 합의해지로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A가 비록 밤에 출근의사표시를 했더라도 이미 사직이 성립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출근하겠다는 메시지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A가 면담 당시에는 퇴직 의사를 밝혔으나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잘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를 사직의사표시의 철회로 보더라도 성립한 합의 해지의 효력을 뒤집을 수는 없다. 사직이 받아들여져 근로계약 종료가 이미 성립이 됐다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사직을 철회해도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A씨는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직의 의사 표시에 특정한 방식이 요구되지는 않으므로, 확정적인 사직 의사가 표시되고 B 원장이 이를 승낙한 이상 효력은 발생한다"라고 꼬집었다. A가 사직서 양식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은 것도 사직의 의사가 확정적이라는 증거가 됐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는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구두로라도 근로자가 확정적으로 사직을 통보하고 사용자가 이를 받아들였다면 사직이 성립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사직의 의사표시는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법리"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대전지방법원은 병원장 B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9일 이같이 판단했다(2023구합200184).
2019년 한 병원에 입사해 물리치료 업무를 담당해온 A씨는 2022년 4월 물리치료실장이 자신에게 지시한 외래지원 업무 지시가 부당하다며 병원장을 찾아가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급자의 지시를 따르라고 지시하자 A씨는 "오늘까지만 일하려고 했는데 지금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병원장은 다른 직원에게 A로부터 사직서를 받으라 지시했다.
A는 곧바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책상과 사물함에 있던 자신의 물건을 모두 챙긴 다음 다른 직원들에게 "그만두고 나간다"라며 병원을 나갔다. 이후 병원에서 주는 사직서 양식을 챙겼다.
하지만 막상 귀가한 A씨는 생각이 바뀌었는지 밤에 B 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거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낼 출근하겠습니다. 낼 다시 뵙고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B 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A씨를 사직 처리했다. 이후 A씨가 병원에 출근하겠다고 찾아왔지만 병원 측은 A씨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3개월 후인 7월 A씨는 전남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노위는 신청을 기각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에 해당된다며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A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이에 병원장 B씨가 노동위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
법원은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가 B 원장에게 확정적으로 사직 의사표시를 하고 B 원장이 이를 승낙하면서 근로계약 관계는 합의해지로 종료됐다"고 지적했다. A가 비록 밤에 출근의사표시를 했더라도 이미 사직이 성립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출근하겠다는 메시지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A가 면담 당시에는 퇴직 의사를 밝혔으나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잘못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를 사직의사표시의 철회로 보더라도 성립한 합의 해지의 효력을 뒤집을 수는 없다. 사직이 받아들여져 근로계약 종료가 이미 성립이 됐다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는 사직을 철회해도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A씨는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직의 의사 표시에 특정한 방식이 요구되지는 않으므로, 확정적인 사직 의사가 표시되고 B 원장이 이를 승낙한 이상 효력은 발생한다"라고 꼬집었다. A가 사직서 양식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은 것도 사직의 의사가 확정적이라는 증거가 됐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는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구두로라도 근로자가 확정적으로 사직을 통보하고 사용자가 이를 받아들였다면 사직이 성립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사직의 의사표시는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법리"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