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연연 안 하고 이상적인 유도 할 것…언제든 한판승 가능해야"
'과감하지만 침착하게'…번개맨 이준환의 '이기는 유도'
이준환(21·용인대)은 재작년 6월 국제 유도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첫 시니어 국제대회인 국제유도연맹(IJF)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세계랭킹 2위)를 꺾었고, 20여일 뒤 도쿄 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며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했다.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과감성이 이준환의 장점으로 꼽힌다.

IJF는 이준환을 '번개맨'으로 칭하며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황희태 유도 남자대표팀 감독도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술을 믿고 과감하게 경기를 운영한다"고 장점을 꼽는다.

'과감하지만 침착하게'…번개맨 이준환의 '이기는 유도'
그런 이준환이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둔 요즘 경기 운영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감성이 상대에게 역이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첫 국제대회에서 꺾었던 그리갈라쉬빌리에게 최근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이 주요 계기가 됐다.

이준환은 올해와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모두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해 2년 연속 동메달에 그쳤다.

이준환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되치기로 절반패한 뒤 "파리 올림픽에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과감하지만 침착하게'…번개맨 이준환의 '이기는 유도'
지난 1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이준환은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신 것은 감사하다"면서도 "그 별명에 연연하지 않고 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유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유도가 무엇인지 묻자 "어떤 자세에서든 (공격에)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이 있으면서 모든 기술에서 한판승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리갈라쉬빌리에게 패한 것을 두고는 "제가 60% 정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급한 면이 있었다"고 복기한 뒤 "너무 넘겨서 이기려고만 하지 않고 침착한 경기 운영을 통해 '이기는 유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을 디테일하게 (다듬어) 상대를 속여서 넘기는 것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감하지만 침착하게'…번개맨 이준환의 '이기는 유도'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자세로 임한다는 이준환은 "부모님께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리고 소 한 마리 해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준환은 초등학생 시절 지역 유소년 대회에서 우승 상품으로 '쌀 한 가마니'를 받고 유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흘러 장성한 이준환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 제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쑥쑥 오른 기량과 커진 목표에 걸맞게 부모님께 드리고픈 선물도 쌀 한 가마니에서 소 한 마리로 업그레이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