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칼럼] 故황필상 박사가 살아와도 "한국 싫다"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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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세 방식은 74년째 변함없고
상속세 면세점은 27년째 그대로
공익재단 주식한도도 가장 엄격
세계 최악 약탈적 상속세제에
넘쳐나는 갈라파고스 규정들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상화할 때
윤성민 논설위원
상속세 면세점은 27년째 그대로
공익재단 주식한도도 가장 엄격
세계 최악 약탈적 상속세제에
넘쳐나는 갈라파고스 규정들
글로벌 스탠더드로 정상화할 때
윤성민 논설위원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상속세는 12조원으로 세계 세정 사상 최고 액수다. 국내 한 경제연구원이 이 회장 유족의 상속재산에 대해 국가별로 상속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서를 낸 적이 있었다. 일본은 10조원, 미국 7조2000억원, 독일 5조5000억원, 영국 3조6000억원이다. 상속세를 폐지한 스웨덴과 호주는 0원이다. 상속 자산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를 둔 이들 나라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는 한 세금이 없다.
한국과 상속세 규모가 가장 비슷한 나라는 일본이다. 최고 세율이 거의 같은 수준인데, 실질적으론 한국이 더 높다. 일본 55%, 한국 50%이지만, 한국은 최대주주에게 20%의 할증이 붙어 60%가 적용된다.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를 봐도 한국이 일본보다 가혹하다. 한국은 상속가액 전체를 과표로 삼아 세율을 적용한 뒤 상속인별로 나누는 유산세 방식인 데 비해 일본은 상속인별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속가액 3억9200만원을 네 명의 자녀가 물려받으면 현행 유산세 기준으론 세율 20%와 누진 공제 1000만원이 적용돼 산출세액은 6840만원, 1인당 1710만원씩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를 채택하면 3억9200만원을 넷으로 나눈 9800만원이 각각의 과표이고 여기에는 10%의 낮은 세율이 적용돼 1인당 980만원으로, 세 부담이 40% 이상 줄어든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세제가 도입된 1950년 이후 74년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납세자가 자신이 받은 몫에 해당하는 만큼만 세금을 부담하는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조세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23개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네 곳뿐이다. 흔히 미국을 유산세의 합리화 근거로 대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미국의 상속세 면제 한도는 부모 한 사람당 1170만달러, 합해선 2340만달러(약 325억원)로 일반인에게 상속세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1997년 이후 27년째 상속세 공제 한도가 10억원 그대로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올 5월 기준 11억9773만원으로, 국민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5억2140만원)과만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뛰었는데 말이다.
국내 증여세 소송 중 가장 유명한 건이 아주대 1호 입학생인 고 황필상 박사의 2008년 ‘수원교차로’ 사례다. 수원교차로 지분 90%(177억원)와 현금 등 200억원을 모교 아주대에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가 후일 가산세·가산금을 더해 기부액보다 훨씬 큰 225억원의 ‘세금 날벼락’을 맞은 사건이다. 세법상 국내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할 경우 5% 이상 초과분에 대해선 최고 60%까지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규정 탓이다. 황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싫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으나, 그 근거는 세법을 문제 삼은 것이라기보다 선의와 공공복리를 감안한 일종의 ‘사정(事情) 판결’이었다.
한국은 공익재단 기부에 대한 규제에서도 세계 ‘금메달’ 감이다. 현행 세법상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면세 한도가 일반 재단은 10%, 대기업(상호출자규제집단) 소속 재단은 5%다. 미국은 20%(제3자 경영 시 35%), 일본은 50%이며, 독일 영국 스웨덴 덴마크 호주 등은 제한이 아예 없다. 독일의 보쉬·자이스, 스웨덴 발렌베리, 덴마크의 머스크·노보노디스크·레고 등은 모두 가족형 공익재단을 활용한 경영 승계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선진국은 공익재단을 통한 가업승계를 허용하고 재단은 사회공헌으로 보답하는 대타협을 이뤘다. 발렌베리재단은 배당 소득의 80%를 사회공헌활동에, 나머지 20%는 계열사 투자에 쓴다. 세계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미국 시카고대를 키운 건 록펠러재단이다. 카네기재단도 미국 전역에 3000개 이상의 도서관을 지어 교육 인프라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공익재단 주식 출연 5%룰은 시대 역행적이기도 하다. 1990년대만 해도 20%였다가 재단을 통한 기업지배에 비난 여론이 일면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강화됐다. 약탈적인 한국 상속·증여세제 중에서 가장 갈라파고스적 규정이 유산세와 공익재단 면세 한도다. 이 퇴행적 규정들부터 바꾸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상속·증여세제 개편이다.
한국과 상속세 규모가 가장 비슷한 나라는 일본이다. 최고 세율이 거의 같은 수준인데, 실질적으론 한국이 더 높다. 일본 55%, 한국 50%이지만, 한국은 최대주주에게 20%의 할증이 붙어 60%가 적용된다.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를 봐도 한국이 일본보다 가혹하다. 한국은 상속가액 전체를 과표로 삼아 세율을 적용한 뒤 상속인별로 나누는 유산세 방식인 데 비해 일본은 상속인별 상속가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속가액 3억9200만원을 네 명의 자녀가 물려받으면 현행 유산세 기준으론 세율 20%와 누진 공제 1000만원이 적용돼 산출세액은 6840만원, 1인당 1710만원씩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를 채택하면 3억9200만원을 넷으로 나눈 9800만원이 각각의 과표이고 여기에는 10%의 낮은 세율이 적용돼 1인당 980만원으로, 세 부담이 40% 이상 줄어든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세제가 도입된 1950년 이후 74년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납세자가 자신이 받은 몫에 해당하는 만큼만 세금을 부담하는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조세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23개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네 곳뿐이다. 흔히 미국을 유산세의 합리화 근거로 대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미국의 상속세 면제 한도는 부모 한 사람당 1170만달러, 합해선 2340만달러(약 325억원)로 일반인에게 상속세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1997년 이후 27년째 상속세 공제 한도가 10억원 그대로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올 5월 기준 11억9773만원으로, 국민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5억2140만원)과만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뛰었는데 말이다.
국내 증여세 소송 중 가장 유명한 건이 아주대 1호 입학생인 고 황필상 박사의 2008년 ‘수원교차로’ 사례다. 수원교차로 지분 90%(177억원)와 현금 등 200억원을 모교 아주대에 기부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가 후일 가산세·가산금을 더해 기부액보다 훨씬 큰 225억원의 ‘세금 날벼락’을 맞은 사건이다. 세법상 국내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할 경우 5% 이상 초과분에 대해선 최고 60%까지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규정 탓이다. 황 박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싫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으나, 그 근거는 세법을 문제 삼은 것이라기보다 선의와 공공복리를 감안한 일종의 ‘사정(事情) 판결’이었다.
한국은 공익재단 기부에 대한 규제에서도 세계 ‘금메달’ 감이다. 현행 세법상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때 면세 한도가 일반 재단은 10%, 대기업(상호출자규제집단) 소속 재단은 5%다. 미국은 20%(제3자 경영 시 35%), 일본은 50%이며, 독일 영국 스웨덴 덴마크 호주 등은 제한이 아예 없다. 독일의 보쉬·자이스, 스웨덴 발렌베리, 덴마크의 머스크·노보노디스크·레고 등은 모두 가족형 공익재단을 활용한 경영 승계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선진국은 공익재단을 통한 가업승계를 허용하고 재단은 사회공헌으로 보답하는 대타협을 이뤘다. 발렌베리재단은 배당 소득의 80%를 사회공헌활동에, 나머지 20%는 계열사 투자에 쓴다. 세계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미국 시카고대를 키운 건 록펠러재단이다. 카네기재단도 미국 전역에 3000개 이상의 도서관을 지어 교육 인프라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공익재단 주식 출연 5%룰은 시대 역행적이기도 하다. 1990년대만 해도 20%였다가 재단을 통한 기업지배에 비난 여론이 일면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강화됐다. 약탈적인 한국 상속·증여세제 중에서 가장 갈라파고스적 규정이 유산세와 공익재단 면세 한도다. 이 퇴행적 규정들부터 바꾸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상속·증여세제 개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