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주가가 올 들어 50% 넘게 뛰었다. 전방산업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실적·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첫 AI 아이폰' 발표에…TSMC 주가 고공행진
16일 대만거래소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4일 0.33% 오른 922대만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55% 뛰었다. 대만증시에서 시가총액은 23조9100만대만달러(약 982조원)에 육박했다.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한 TSMC는 지난 6개월간 70% 폭등해 14일 172.51달러로 마감했다. 시총은 8968억달러(약 1239조원)로 삼성전자 시총(약 475조원)의 2배가 넘는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엔비디아의 주문이 늘어나자 TSMC 실적도 불었다. TSMC는 고객사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반도체를 대신 제작해주는 기업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맥북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은 물론 엔비디아의 GPU도 TSMC가 생산한다.

TSM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한 5926억4400만대만달러(약 25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8.9% 늘어난 2255억대만달러(약 9조5837억원)를 기록했다. 이 회사 실적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올해 5월엔 전년 동월 대비 30.1% 늘어난 2296억2000만대만달러(약 9조72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월 강진이 대만을 강타했지만, TSMC 매출에 미친 충격은 크지 않았다. 전망도 밝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2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선 AI 열풍이 부는 만큼 TSMC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올 하반기에 처음으로 자체 생성형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담은 아이폰을 내놓는 영향이다. 아이폰 교체 수요가 커지는 만큼 관련 반도체 파운드리 주문이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은 맥북·아이패드에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적용하는 만큼 반도체 주문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가 하반기에 새로운 AI 가속기인 ‘블랙웰’을 선보이는 것도 TSMC 주가에 긍정적 재료다.

TSMC의 목표주가는 높아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2일 TSMC의 ADR 목표주가를 18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애플 AI 서비스 출시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2024~2026년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3% 올려 잡았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이 회사 목표가를 980대만달러로 올렸다. 2월과 3월, 5월에 이어 최근 네 차례나 높였다. 제프리스도 목표가를 1050대만달러로 올린 바 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