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한 사유로 공사 기간이 연장된 경우 원청이 늘어난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0억원대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쌍용건설과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전 주식회사 한라)를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이 5년간의 공사 수행 과정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실무자 인터뷰 등을 통해 효과적인 승소 전략을 구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20-2민사부(재판장 홍지영)는 지난해 10월 쌍용건설과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가 한국농어촌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확정했다. 피고들의 상고가 심리불속행 기각되면서 원고 승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공사 기간이 연장된 사유가 원고 귀책 사유는 아니라고 보고 한국농어촌공사는 쌍용건설에 62억원,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에 26억원, 정부는 각각 31억원과 13억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쌍용건설은 2014년 9월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와 7 대 3 비율로 공동 수급체를 구성해 1100억원대 군장항 항로 준설 공사를 낙찰받았다.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1110일이었다.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육상배사관 파손, 해상장애물 제거 등 예측 불가능한 사유로 공사 기간이 총 406일 연장됐다.

쟁점은 예측 불가능한 사유로 인한 공사 기간 연장이 원청의 귀책 사유인지 여부였다. 피고는 공사 기간이 연장된 점에 대해 원고들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평 건설부동산그룹(사봉관·정원·김태형·김민주 변호사)은 원고가 시공상 주의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5년간 오간 수백 건의 공문 등을 분석해 268개의 증거를 제출했다.

또한 공사 지연 사유를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현장 실무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현장 사진을 활용해 재판부의 이해를 도왔다. 이는 항만 준설공사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사봉관 지평 변호사는 “항만 준설공사는 일반적인 건축·토목공사와 공사 지연 사유나 책임 소재가 다르다는 점을 변론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실무자들의 설명을 귀담아듣고 이를 논리적으로 재판부에 전달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