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기업들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 사업을 앞다퉈 키우고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 늘릴 신소재…CNT 개발하는 석화기업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게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자 배터리 성능을 보완하는 세부 소재로 눈을 돌린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개발에 성공한 양극재용 FWCNT(소수벽 CNT)를 국내 배터리 셀 기업에 납품하기로 하고 셀 업체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생산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잡았다. CNT는 MWCNT(다수벽 CNT), FWCNT, SWCNT(단일벽 CNT)로 나뉘는데, 벽 수가 적을수록 전기 전도성이 좋다. 소재를 적게 사용해도 동일한 성능을 낸다는 의미다.

배터리 양극을 제조할 때 쓰는 도전재는 전자 이동을 활성화하는 물질이다. 기존 카본블랙 도전재에 비해 공간을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남은 공간 만큼 양극활물질을 더 넣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CNT 도전재는 차세대 소재로 꼽히는 실리콘 음극재를 만들 때도 반드시 들어가는 물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13년 충남 아산에 CNT 생산공장(연 50t)을 세웠지만, 수요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터리 성능 경쟁에 불이 붙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연 120t이던 생산 규모를 올해 말까지 연 360t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와 별도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CNT 합작공장을 짓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CNT 시장 1위인 LG화학도 생산 규모를 연 2900t에서 내년 6100t으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LG화학은 MWCNT를 생산해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고 있다. 플랜트엔지니어링업체 제이오는 연 2000t인 설비를 내년까지 3000t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는 최근 일본 메이조나노카본과 SWCNT 생산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두 기업은 합작공장을 짓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여기서 제조한 제품은 SK머티리얼즈와 미국 그룹14테크놀로지의 합작사인 SK머티리얼즈그룹14가 생산하는 실리콘 음극재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