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를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전면 개편하고 상속세율도 대폭 인하하는 세제 개편안을 꺼내 들자 관심이 국회로 쏠리고 있다. 종부세·상속세 개편은 모두 입법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가 22대 국회 시작부터 원 구성도 하지 못한 채 대치하면서 세법 개정안이 테이블에 올라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수 펑크인데 부자감세"…프레임 짜는 野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은 오는 20일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상속세 개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날 ‘상속세율을 30% 안팎까지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특위에선 이에 발맞춰 과세표준과 공제 한도 및 세율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지난 10일 여당 특위에선 발제를 맡은 박성욱 경희대 교수가 상속세율이 10%인 과표구간을 현재 ‘1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1997년부터 27년간 유지된 일괄공제 기준은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다음달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보고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부자 감세’ 프레임을 조성 중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합리한 지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고칠 순 있다”면서도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세수 확보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광현 원내부대표도 “자산가들 세금을 깎아주는 게 지금 그렇게 시급한 현안이냐”며 “말로는 재정건전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자 감세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상속세율이나 과표 조정은 판을 너무 크게 흔드는 것이라 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행 5억원인 일괄 공제 한도가 너무 낮다는 데는 여야 모두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공제액이 조정될 가능성은 크다”고 내다봤다.

종부세는 민주당에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손질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역시 지역구별로 의원들 간 의견 차가 크다. 종부세를 내는 가구가 많은 수도권 의원 중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1가구 1주택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반면 종부세 세수인 부동산교부세를 배분받는 비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지방 재정 대응책 없이는 폐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성 실장이 언급한 주택가액 합산 과세 방식을 두고도 여당에선 “강남 1주택자에게 오히려 세금을 더 물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위 관계자는 “일부 지역구를 빼면 종부세 전면 폐지에 동의할 의원은 많지 않다”며 “현실적으로 1주택자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설지연/정상원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