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식 교수 "CDMA 상용화 성공…한국 통신강국으로 도약"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은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한 기술이었습니다. 이미 검증된 시분할다중접속(TDMA)을 택했다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외산 장비와 기술을 쓰기 때문에 한국이 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이주식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사진)는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는 CDMA 대규모 상용화 공로를 인정해 IEEE 마일스톤에 등재했다. IEEE는 1884년 토머스 에디슨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주도로 창설된 전기·전자공학 분야 세계 최대 학회다. 1983년부터 인류 사회와 산업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업적에 시상하는 ‘IEEE 마일스톤’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번 CDMA 상용화 사례는 한국 기업 최초로 IEEE 마일스톤에 선정된 사례다.

2세대(2G) 이동통신 기술에 해당하는 CDMA는 1996년 SK텔레콤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손잡고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대부분의 기업이 TDMA를 채택하던 시기에 대한민국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CDMA를 선택해 성공한 사례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이동통신기술개발사업관리단을 출범시키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이 함께 CDMA를 국가표준으로 채택,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이동통신기술개발사업관리단의 개발실장을 맡아 기지국, 기지국제어기, RF, 단말기 개발 등을 담당했다. 그는 “아날로그 무선통신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2세대 이동통신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TDMA는 아날로그보다 가입자 용량이 3배지만 CDMA는 1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스타트업이었던 퀄컴이 개발한 CDMA 기술은 무선 기지국과 단말기의 전송방식에 그쳤다. 상용화를 위해선 퀄컴의 기술 외에도 교환, 제어, 기지국, 단말 등 다른 모든 분야의 기술이 필요한 상황. 이 교수는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한국이 장비, 단말 등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치고 나갈 수 있다고 봤다”며 “민관이 합심해 기적 같은 일을 이뤄낸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TDMA를 선택했다면 2년 정도 서비스하고 주파수 용량 부족으로 포기했을지 모른다”며 “CDMA를 채용했기 때문에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CDMA 상용화 이후 SK텔레콤에서 뉴비즈부문장(부사장),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SK플래닛 사업운영총괄 부사장 등 신사업과 플랫폼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발전하더라도 그 위에서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면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기대보다 확산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5G 환경에서만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며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이 특화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