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오른쪽)와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오른쪽)와 조병규 우리은행 은행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2만원대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를 출시하고 나서면서 가격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 됐다. KB국민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대형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업계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 꺾여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는 1만4451명 순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7만8060명과 비교하면 81.5% 감소했다. 올해 1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사람은 12만332명이었지만 지난달에는 7만3727명까지 줄었다. 반대로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갈아탄 사람은 같은 기간 4만2272명에서 5만9276명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하반기 알뜰폰 가입자가 순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 경쟁력 떨어지고 경쟁자 늘고…중소 알뜰폰 '벼랑 끝'
그동안 알뜰폰은 5G 요금제를 월 1만~2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지난 1분기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2만원대 요금제까지 내놓으면서 알뜰폰의 경쟁력이 희석되고 있다. SK텔레콤은 6기가바이트(GB)를 월 2만7000원에, LG유플러스는 2만6000원에 쓸 수 있다. KT는 월 3만원에 5GB를 제공한다.

정부가 통신 3사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전환지원금 제도도 알뜰폰 업계에 악재로 다가왔다.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할 때 최대 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3월 도입됐다.

정부 지원도 축소된다. 중소 알뜰폰에 대한 전파사용료 감면 혜택을 올해로 종료하기로 했다. 그동안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통해 중소 알뜰폰 업체와 통신사 간 망 도매대가 협상을 중재해줬지만, 내년 2분기부터는 사업자 간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

○우리은행도 알뜰폰 서비스

금융권의 시장 진출도 알뜰폰 업계에 부담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LG유플러스와 ‘MVNO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알뜰폰 시장 진입을 위해 통신 사업 파트너로 LG유플러스를 선정했다. 연내 사업 시작을 목표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세부 업무를 협의 중이다.

양사는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금융통신 상품 및 서비스 개발, 알뜰폰 시스템 적기 구축 및 안정적 운영을 위한 협력,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 창출 등을 위해 협력한다는 목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긴밀히 협력해 우리은행의 금융 고객에게 금융과 결합한 보다 나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 앞서 KB국민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한 만큼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다소 쉬워졌다. 규제 완화에 따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알뜰폰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모바일은 이달 초 보이스피싱 예방에 특화한 요금제 2종을 내놓기도 했다. 등록한 번호의 스마트폰이 통화 중이면 국민은행 자동화기기(ATM) 거래를 자동으로 제한한다. 중소 알뜰폰 업체로선 따라 하기 어려운 서비스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정작 저소득층이나 학생들이 쓰는 알뜰폰 혜택에 대한 법은 만들지 않고 있다”며 “알뜰폰 망 도매대가 가격 산정을 과기정통부 장관 고시로 사전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