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쓸 때 주인공의 입을 빌어 교훈적 이야기를 하지 말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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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마스터 클래스
존 트루비 지음
안은주 옮김/한스미디어
600쪽|3만2000원
할리우드 스토리 컨설턴드 겸 시나리오 작가
30년 동안 1000여 편의 영화 대본 컨설팅
존 트루비, 스토리텔링 비법 전수
"창의적 아이디어, 자기 검열은 금물"
적대자는 주인공의 목표 막는 경쟁자
교훈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담아야
영화와 드라마 분석에 유용한 가이드
존 트루비 지음
안은주 옮김/한스미디어
600쪽|3만2000원
할리우드 스토리 컨설턴드 겸 시나리오 작가
30년 동안 1000여 편의 영화 대본 컨설팅
존 트루비, 스토리텔링 비법 전수
"창의적 아이디어, 자기 검열은 금물"
적대자는 주인공의 목표 막는 경쟁자
교훈은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담아야
영화와 드라마 분석에 유용한 가이드
쉬지 않고 다음 화로 넘기게 되는 드라마, 앉은 자리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영화, 마음속에 울림이 남는 책. 이런 이야기들이 가진 비밀은 무엇일까. <스토리 마스터 클래스>는 그 비결을 담았다. 책을 쓴 존 트루비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스토리 컨설턴트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꼽힌다. 지난 30년 동안 1000여 편의 영화 대본을 컨설팅했다. 그의 제자들은 ‘엑스맨’, ‘캐러비안이 해적’, ‘라따뚜이’, ‘슈렉’, ‘브레이킹 배드’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저자는 처음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자기 검열 따위는 하지 말라”로 강조한다. “지금 생각해 낸 가능성이 멍청하다는 판단은 꿈도 꾸지 마라. 나는 이 ‘멍청한’ 아이디어가 창의적인 돌파구를 통해 좋은 전제가 되는 것을 실제로 수백 번 본 사람이다.”
1988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빅’은 개구쟁이 소년이 하룻밤 사이에 서른 살 어른이 된 후 겪는 소동을 그렸다. 집을 침입한 범죄자로 오해받아 엄마에게 내쫓긴 주인공은 운 좋게 장난감 회사에 취직해 승승장구하게 되고, 회사 동료인 여성과 데이트도 하게 된다.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가 ‘적대자’다. 많은 작가가 저지르는 실수는 적대자를 악마처럼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없다고 책은 지적한다. “진정한 적대자란 주인공이 자신의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막는 역할뿐 아니라, 주인공과 똑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주인공 루크의 적대자는 다스베이더다. 다스베이더는 악의 세력, 루크는 선의 세력을 대표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둘의 목표는 같다. 은하 세계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최근 많은 영화들이 비판받는 지점이 있다. 정치적 올바름(PC)을 내세워 대놓고 교훈을 주려는 태도다. 책은 도덕적 주장을 펴는 것은 좋지만, 교훈을 앞세운 나머지 ‘이야기’를 ‘철학 논문’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절대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말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하면 그들은 작가의 생각을 전하는 대변자로 보일 뿐”이라고 했다.
교훈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1982년 폴 뉴먼 주연의 영화 ‘심판’이 그런 예다. 주인공은 술과 돈을 밝히는 변호사다. 의료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의 언니가 병원을 제소한 사건을 맡지만 대충 합의금만 챙기고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정의가 살아 있었다. 거대 로펌을 낀 병원과 법정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기로 한다.
책은 이렇게 널리 알려진 영화와 소설을 예로 들며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다만 현업 시나리오 작가를 상대로 가르쳐온 저자인 까닭에 책 내용도 상당히 전문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좀 더 분석적으로 감사하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좋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저자는 처음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자기 검열 따위는 하지 말라”로 강조한다. “지금 생각해 낸 가능성이 멍청하다는 판단은 꿈도 꾸지 마라. 나는 이 ‘멍청한’ 아이디어가 창의적인 돌파구를 통해 좋은 전제가 되는 것을 실제로 수백 번 본 사람이다.”
1988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빅’은 개구쟁이 소년이 하룻밤 사이에 서른 살 어른이 된 후 겪는 소동을 그렸다. 집을 침입한 범죄자로 오해받아 엄마에게 내쫓긴 주인공은 운 좋게 장난감 회사에 취직해 승승장구하게 되고, 회사 동료인 여성과 데이트도 하게 된다.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캐릭터가 ‘적대자’다. 많은 작가가 저지르는 실수는 적대자를 악마처럼 그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없다고 책은 지적한다. “진정한 적대자란 주인공이 자신의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막는 역할뿐 아니라, 주인공과 똑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주인공 루크의 적대자는 다스베이더다. 다스베이더는 악의 세력, 루크는 선의 세력을 대표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둘의 목표는 같다. 은하 세계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최근 많은 영화들이 비판받는 지점이 있다. 정치적 올바름(PC)을 내세워 대놓고 교훈을 주려는 태도다. 책은 도덕적 주장을 펴는 것은 좋지만, 교훈을 앞세운 나머지 ‘이야기’를 ‘철학 논문’처럼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절대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말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게 하면 그들은 작가의 생각을 전하는 대변자로 보일 뿐”이라고 했다.
교훈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1982년 폴 뉴먼 주연의 영화 ‘심판’이 그런 예다. 주인공은 술과 돈을 밝히는 변호사다. 의료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의 언니가 병원을 제소한 사건을 맡지만 대충 합의금만 챙기고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정의가 살아 있었다. 거대 로펌을 낀 병원과 법정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기로 한다.
책은 이렇게 널리 알려진 영화와 소설을 예로 들며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다만 현업 시나리오 작가를 상대로 가르쳐온 저자인 까닭에 책 내용도 상당히 전문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좀 더 분석적으로 감사하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좋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