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극한 갈등' 국회와 스타트업들의 한숨
“여야 분위기가 얼어붙으니 의원님들 모시는 게 쉽지 않네요.”

국회 스타트업 연구단체 ‘유니콘팜’ 관계자의 얘기다. 유니콘팜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축으로 혁신 기업을 연구하기 위해 모인 단체다. 21대 국회 때 여야 의원 11명이 초당적으로 모여 6개 혁신 법안을 내며 스타트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유니콘팜 1호와 3호 법안은 민주당 의원이, 2호와 4호 법안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다. 여야 의원이 한마음으로 스타트업 지원군 역할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22회 국회 초반부터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여야 의원이 뜻을 한곳에 모으기가 어려워졌다. 국회 관계자는 “택시나 소상공인같이 유권자가 분명하고 협회로 똘똘 뭉쳐 있는 분야는 사람이 금방 차지만, 스타트업 같은 분야는 표로 바로 연결되지 않다 보니 뒤로 밀린다”고 했다.

다른 혁신산업 연구 모임도 정당 쏠림 현상이 심하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반도체·인공지능(AI) 연구 모임 ‘지성포럼’엔 야당 의원이 한 명뿐이다. 같은 당 김건, 최수진, 최보윤 의원 등이 추진하는 ‘국회 AI와 우리의 미래’도 대부분 여당 의원으로 구성됐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가 경색된 상황이라 민주당 의원실에 가입 권유를 하기에도 눈치가 보인다”며 “의원당 최대 3개만 가입할 수 있어 야당 의원은 특히 모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의원 연구단체는 소속 정당을 초월해 정책 개발과 입법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2개 이상 정당, 의원 10인 이상으로 구성돼야 활동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당수 의원은 전문성이나 관심사가 아니라 당내 유력 의원의 권유나 친소 관계에 따라 연구 모임을 선택하고 있다. 균형적인 정책 연구와 법안 추진을 위해선 의원들이 소속 정당을 넘어 소통하는 게 중요한데 첫 단추부터 잘 꿰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야 대치 상황에 스타트업은 눈치만 보는 중이다. 한 핀테크 스타트업 이사는 “국회의원들에겐 작은 규제 하나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생존 문제”라며 “관심을 좀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싸움만 하고 있는데 혁신산업 이슈가 주목받을 계기가 있을까 싶다. 기대 자체를 안 한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겨우 연장해가며 버티고 있다. 이대로라면 현재의 국회 갈등이 머지않아 스타트업의 무기력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혁신과 패기를 앞세운 스타트업마저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접는 나라라면 그 장래가 밝을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