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배 껑충 뛴 공연 티켓 값…암표에 순기능도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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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의 경제야 놀자
콘서트 좌석은 한정됐는데
티켓 가격까지 낮게 정해진다면
초과수요 촉발시켜 암표 발생
100만원 내도 공연 보겠다면
50만원에 암표 사는 게 이득
美 여러 주에서도 '합법' 인정
콘서트 좌석은 한정됐는데
티켓 가격까지 낮게 정해진다면
초과수요 촉발시켜 암표 발생
100만원 내도 공연 보겠다면
50만원에 암표 사는 게 이득
美 여러 주에서도 '합법' 인정
“모든 아이돌과 젊은 가수들은 나훈아 선생님의 콘서트를 교본 삼아 필수 시청하고 반성해라.”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를 보고 온 한 관람객이 SNS에 올린 글이다. 시니어 팬은 말할 필요도 없고, 30~40대가 봐도 도파민이 폭발한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인기에 비례해 암표도 기승을 부리는 법. 가장 비싼 R석 티켓이 정가 16만5000원의 다섯 배가 넘는 9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슈퍼스타의 공연과 스포츠 빅 매치마다 발생하는 암표. 한국에서 암표 판매는 불법이다. 그런데 암표는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장당 10만원에 티켓 예매가 시작됐다. 두 사람 다 ‘피케팅’(피가 튀길 만큼 경쟁적으로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행위)에 뛰어들었는데 민지는 성공했고, 윤아는 실패했다. 윤아가 민지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너 그거 나한테 팔아. 값은 다섯 배로 쳐 줄게.”
그래서 민지는 50만원을 받고 윤아한테 티켓을 팔았다. 암표를 거래한 것이다. 10만원짜리 티켓을 50만원에 팔았으니 불공정한 거래일까. 그렇지 않다. 민지는 10만원에 산 티켓을 50만원에 팔았으니 당연히 이득이다. 윤아도 손해를 봤다고 할 수는 없다. 100만원을 내고서라도 가고 싶었던 콘서트 티켓을 50만원에 샀으니 오히려 50만원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민지의 암표가 아니었으면 손에 넣을 수도 없던 티켓이다.
하지만 유명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입장권은 공급량이 고정돼 있다. 나훈아가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공연장으로 쓰이는 체육관 관중석을 두 배로 늘릴 수는 없다.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관람석 수는 고정돼 있으니 티켓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사람이 생긴다.
두 번째 원인은 애초에 티켓 가격이 너무 낮게 설정됐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주고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 티켓을 10만원에 판매하니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초과 수요를 노리고 나타나는 것이 암표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암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미국 여러 주에서는 암표가 합법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매점매석 행위만 연방법으로 금지한다. 암표가 선착순보다 나쁘다고 하기도 어렵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줄서기는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에게 유리한 불공평한 것”이라고 했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점에서 암표 거래는 마트에서 배추를 사고파는 것과도 별로 다르지 않다. 유통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배추를 산지에서 가져와 마진을 붙여 판매하듯이 암표상은 피케팅에 나설 시간이 없는 사람 대신 표를 구입해 웃돈을 받고 판매한다. 암표의 경제 원리를 이해하면 가격상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가격을 묶어 놓으면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암시장이 생겨나는 법이다.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면 ‘돈에 눈이 멀었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고, 입장권이 팔리지 않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에도 가격을 높게 정하는 것보다 낮게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입장권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게끔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겠지만, 그건 더 어렵다. 나훈아급 가수가 10배로 늘어나지 않는 한, 그들이 몸이 두 개라도 돼 전국 순회공연을 한 달에 한 번 하지 않는 한 암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나훈아의 ‘라스트 콘서트’를 보고 온 한 관람객이 SNS에 올린 글이다. 시니어 팬은 말할 필요도 없고, 30~40대가 봐도 도파민이 폭발한다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인기에 비례해 암표도 기승을 부리는 법. 가장 비싼 R석 티켓이 정가 16만5000원의 다섯 배가 넘는 9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슈퍼스타의 공연과 스포츠 빅 매치마다 발생하는 암표. 한국에서 암표 판매는 불법이다. 그런데 암표는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암표는 사는 사람도 이득
민지와 윤아가 있다. 둘 다 나훈아를 좋아한다. 다만 좋아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민지는 나훈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10만원이 넘는 돈을 내면서까지 콘서트를 보러 가고 싶지는 않다. 반면 윤아는 나훈아 콘서트라면 100만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장당 10만원에 티켓 예매가 시작됐다. 두 사람 다 ‘피케팅’(피가 튀길 만큼 경쟁적으로 입장권을 구매하려는 행위)에 뛰어들었는데 민지는 성공했고, 윤아는 실패했다. 윤아가 민지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너 그거 나한테 팔아. 값은 다섯 배로 쳐 줄게.”
그래서 민지는 50만원을 받고 윤아한테 티켓을 팔았다. 암표를 거래한 것이다. 10만원짜리 티켓을 50만원에 팔았으니 불공정한 거래일까. 그렇지 않다. 민지는 10만원에 산 티켓을 50만원에 팔았으니 당연히 이득이다. 윤아도 손해를 봤다고 할 수는 없다. 100만원을 내고서라도 가고 싶었던 콘서트 티켓을 50만원에 샀으니 오히려 50만원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민지의 암표가 아니었으면 손에 넣을 수도 없던 티켓이다.
배추와 암표의 공통점
민지와 윤아의 거래를 통해 암표가 생기는 원인을 알 수 있다. 첫째, 공급 부족이다. 일반적인 재화는 가격에 따라 공급량이 변화한다.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가 공급량을 늘린다.하지만 유명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입장권은 공급량이 고정돼 있다. 나훈아가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공연장으로 쓰이는 체육관 관중석을 두 배로 늘릴 수는 없다. 콘서트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관람석 수는 고정돼 있으니 티켓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사람이 생긴다.
두 번째 원인은 애초에 티켓 가격이 너무 낮게 설정됐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주고도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 티켓을 10만원에 판매하니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초과 수요를 노리고 나타나는 것이 암표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암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미국 여러 주에서는 암표가 합법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매점매석 행위만 연방법으로 금지한다. 암표가 선착순보다 나쁘다고 하기도 어렵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줄서기는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에게 유리한 불공평한 것”이라고 했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는 점에서 암표 거래는 마트에서 배추를 사고파는 것과도 별로 다르지 않다. 유통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배추를 산지에서 가져와 마진을 붙여 판매하듯이 암표상은 피케팅에 나설 시간이 없는 사람 대신 표를 구입해 웃돈을 받고 판매한다. 암표의 경제 원리를 이해하면 가격상한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가격을 묶어 놓으면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암시장이 생겨나는 법이다.
암표가 사라지지 않는 진짜 이유
경제 원리로만 따져보면 암표를 근절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최초의 입장권 가격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책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연 및 경기를 주최하는 입장에선 그것도 문제가 있다.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면 ‘돈에 눈이 멀었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고, 입장권이 팔리지 않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기에도 가격을 높게 정하는 것보다 낮게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입장권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게끔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겠지만, 그건 더 어렵다. 나훈아급 가수가 10배로 늘어나지 않는 한, 그들이 몸이 두 개라도 돼 전국 순회공연을 한 달에 한 번 하지 않는 한 암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