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교수들의 ‘무기한 집단휴진’ 첫날인 17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서울대암병원 갑상선센터는 간호사 단 세 명만 출근했다. 외래환자와 항암치료 환자로 항상 붐비는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다. 진료 예약을 변경하려고 분주하게 전화를 돌리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만 들렸다.

갑상선센터 외에도 호흡기내과, 재활의료과 등 서울대병원 내 주요 과는 이날 ‘개점휴업’ 상태였다. 환자들은 불안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진료차 병원을 방문했다가 갑상선센터 휴진 소식을 접한 김모씨(62)는 “갑상선센터에서 기존 진료가 취소됐고 지금은 예약도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당장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할지 상황이 막막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는 김씨는 “기저 질환 약과 함께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약이 떨어지면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날 입원 수속과 진료비 납부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원무과는 10개 창구 중 2개만 운영됐다. 교수가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일부 과 외래진료실 앞은 상대적으로 환자가 더 몰리는 것처럼 보였다. 순환기내과와 혈액암센터는 평소같이 대기실이 가득 찼다.

이곳 환자들도 불안해하긴 매한가지였다. 혈액암센터에서 만난 1기 림프종 환자 강모씨(55)는 “림프종이 몸에 퍼지지 않으려면 항암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데 휴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걱정”이라며 “다음 예약은 최소 3개월 이후라고 하는데 진료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