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관광객 유치 vs 불법 체류자 관리…"방향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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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서 'K-ETA' 승인 거절·사유 미공개 불만…동남아서 '제2의 비자'로 인식
문체부 "태국 K-ETA 한시 면제해야" vs 법무부 "불법 체류 방지는 필요한 조치" 올해 들어 다른 주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을 찾은 태국 관광객이 줄어든 데는 'K-ETA'라는 사전 전자여행허가 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K-ETA는 한국에 무사증(무비자)으로 입국할 수 있는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현지 출발 전 홈페이지에 정보를 입력하고 입국 허가를 받는 제도인데, '제2의 비자'로 작동하다 보니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 입국 절차를 간소화한 일본·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정하고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2천만명으로 설정한 정부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K-ETA를 두고 관광 진흥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불법 체류자를 관리해야 하는 법무부 간 이견을 조율하고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K-ETA '제2의 비자' 정책으로 인식"…일본·중국으로 발길 돌려
1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태국 단체 관광객들이 인센티브 관광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절차를 알아보다가 K-ETA 문제로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에 근무 중인 태국인 직원의 K-ETA 승인이 거절되거나 한국으로 취재를 오려던 태국 방송국 직원의 K-ETA 승인이 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가족이 한국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아버지는 허가가 나지 않고 나머지 가족은 허가가 나는 경우도 있고 공장에서 단체 포상 관광을 계획했다가 직원 일부만 허가가 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경우 아예 전체 여행을 취소해 버린다"고 말했다.
특히 K-ETA 거절 사유를 알려주지 않다 보니 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K-ETA에 입력해야 하는 정보는 여권번호, 불법 전력 여부, 재산 등으로 간단하다"며 "직장, 거주지 등이 명확해 신원이 보증된 사람도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태국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이유로 관광업계에서는 K-ETA를 사실상 '제2의 비자'로 간주하고 있다.
비자보다 K-ETA 발급을 거절당했을 때 불만과 거부감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필리핀과 베트남은 비자를 신청해 발급받아 들어오는 국가여서 비자가 좀 늦게 나오거나 서류가 까다롭다는 불만은 있어도 비자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K-ETA가 적용되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은 무비자 국가인데도 입국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불만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K-ETA 허가를 받아도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K-ETA 허가를 받아도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통과해야만 입국할 수 있다.
이런 입국 거부 사연들은 태국 소셜미디어(SNS)에 소개돼 현지에서 논쟁거리가 됐고 한국을 찾는 태국 관광객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과 관광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한 동남아시아 전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사 관계자는 "K-ETA 때문에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일본과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여행업계에서는 일본에 한 번, 중국에 또 한 번 밀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태국에 대해 무비자를 시행했고 중국은 올해 3월부터 태국과 상호 비자 면제를 시작했다.
◇ "K-ETA 한시 면제해 관광객 유치해야" vs "불법 체류자 관리해야"
이처럼 K-ETA가 동남아 국가들에서 제2의 비자로 인식되다 보니 관광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K-ETA를 사실상 제2의 비자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무비자 국가들은 K-ETA 대상에서 제외해 주고 당장 무비자로 하기 어려운 국가에 K-ETA를 시범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한국에 입국한 뒤 단체로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 등이 발생하다 보니 법무부나 외교부에서 주저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며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만 보면 K-ETA를 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와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설정한 데 이어 올해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유치 목표를 세운 만큼 태국에 대한 K-ETA를 올해 말까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면제해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올해 말까지 K-ETA가 한시 면제된 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 22개국에 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추가로 더 많은 국가에 대해 면제가 시행됐지만 역시 태국은 제외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태국에서 한국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불법 체류자 문제도 이해하지만, 올해만이라도 태국에 대해 한시 면제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마이스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선 들어오는 것은 쉽게 해주되, 현지에서 불법 체류를 하면 강하게 처벌한다"며 "한국은 들어오기가 힘들고 불법 체류 단속은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국이 국내 불법 체류자 1위 국가이고 불법 체류자가 마약과 성범죄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불법 체류자 관리를 위해 K-ETA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국경 관리인데 불법 체류자를 막기 위해 체류율이 높은 국가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건 정당하다고 본다"며 "어느 나라나 상황에 따라 출입국 문제는 가변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법무부는 태국인 입국 불허 논란과 관련해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불법 체류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임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태국인 불법 체류자 수는 2015년 5만2천명대에서 지난해 9월 15만7천명으로 늘었고 총체류자의 78%가 불법 체류 상태로 여러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라면서도 "그러나 출입국 심사 때 태국인을 차별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법적 기구로 국가관광전략 회의가 있고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데 중재 역할을 통해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체부 "태국 K-ETA 한시 면제해야" vs 법무부 "불법 체류 방지는 필요한 조치" 올해 들어 다른 주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을 찾은 태국 관광객이 줄어든 데는 'K-ETA'라는 사전 전자여행허가 제도가 원인으로 꼽힌다.
K-ETA는 한국에 무사증(무비자)으로 입국할 수 있는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현지 출발 전 홈페이지에 정보를 입력하고 입국 허가를 받는 제도인데, '제2의 비자'로 작동하다 보니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들이 입국 절차를 간소화한 일본·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정하고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2천만명으로 설정한 정부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K-ETA를 두고 관광 진흥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불법 체류자를 관리해야 하는 법무부 간 이견을 조율하고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K-ETA '제2의 비자' 정책으로 인식"…일본·중국으로 발길 돌려
1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태국 단체 관광객들이 인센티브 관광 차원에서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절차를 알아보다가 K-ETA 문제로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에 근무 중인 태국인 직원의 K-ETA 승인이 거절되거나 한국으로 취재를 오려던 태국 방송국 직원의 K-ETA 승인이 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가족이 한국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아버지는 허가가 나지 않고 나머지 가족은 허가가 나는 경우도 있고 공장에서 단체 포상 관광을 계획했다가 직원 일부만 허가가 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경우 아예 전체 여행을 취소해 버린다"고 말했다.
특히 K-ETA 거절 사유를 알려주지 않다 보니 태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K-ETA에 입력해야 하는 정보는 여권번호, 불법 전력 여부, 재산 등으로 간단하다"며 "직장, 거주지 등이 명확해 신원이 보증된 사람도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태국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이유로 관광업계에서는 K-ETA를 사실상 '제2의 비자'로 간주하고 있다.
비자보다 K-ETA 발급을 거절당했을 때 불만과 거부감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필리핀과 베트남은 비자를 신청해 발급받아 들어오는 국가여서 비자가 좀 늦게 나오거나 서류가 까다롭다는 불만은 있어도 비자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K-ETA가 적용되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은 무비자 국가인데도 입국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불만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K-ETA 허가를 받아도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K-ETA 허가를 받아도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통과해야만 입국할 수 있다.
이런 입국 거부 사연들은 태국 소셜미디어(SNS)에 소개돼 현지에서 논쟁거리가 됐고 한국을 찾는 태국 관광객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과 관광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한 동남아시아 전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사 관계자는 "K-ETA 때문에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일본과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여행업계에서는 일본에 한 번, 중국에 또 한 번 밀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태국에 대해 무비자를 시행했고 중국은 올해 3월부터 태국과 상호 비자 면제를 시작했다.
◇ "K-ETA 한시 면제해 관광객 유치해야" vs "불법 체류자 관리해야"
이처럼 K-ETA가 동남아 국가들에서 제2의 비자로 인식되다 보니 관광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K-ETA를 사실상 제2의 비자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무비자 국가들은 K-ETA 대상에서 제외해 주고 당장 무비자로 하기 어려운 국가에 K-ETA를 시범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한국에 입국한 뒤 단체로 연락이 두절되는 상황 등이 발생하다 보니 법무부나 외교부에서 주저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며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만 보면 K-ETA를 푸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와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설정한 데 이어 올해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유치 목표를 세운 만큼 태국에 대한 K-ETA를 올해 말까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면제해 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올해 말까지 K-ETA가 한시 면제된 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 22개국에 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추가로 더 많은 국가에 대해 면제가 시행됐지만 역시 태국은 제외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태국에서 한국 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불법 체류자 문제도 이해하지만, 올해만이라도 태국에 대해 한시 면제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마이스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선 들어오는 것은 쉽게 해주되, 현지에서 불법 체류를 하면 강하게 처벌한다"며 "한국은 들어오기가 힘들고 불법 체류 단속은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태국이 국내 불법 체류자 1위 국가이고 불법 체류자가 마약과 성범죄 등의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니 불법 체류자 관리를 위해 K-ETA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국경 관리인데 불법 체류자를 막기 위해 체류율이 높은 국가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건 정당하다고 본다"며 "어느 나라나 상황에 따라 출입국 문제는 가변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법무부는 태국인 입국 불허 논란과 관련해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불법 체류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임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태국인 불법 체류자 수는 2015년 5만2천명대에서 지난해 9월 15만7천명으로 늘었고 총체류자의 78%가 불법 체류 상태로 여러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라면서도 "그러나 출입국 심사 때 태국인을 차별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법적 기구로 국가관광전략 회의가 있고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는데 중재 역할을 통해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