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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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엑소 수호입니다. 성이 엑소입니다."

영화 '글로리데이'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8년. 한때 본명 김준면이라고 활동한 적도 있지만, 그는 "나의 정체성은 엑소 수호라고 생각한다"면서 첫 사극 주연을 맡은 MBN 주말드라마 '세자가 돌아왔다' 종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를 앞두고 엑소 멤버 첸, 백현, 시우민(이하 첸백시)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개인 활동 수수료 10%를 줄 수 없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날 아침에도 SM엔터테인먼트가 첸백시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 이행 소송에 정산금 청구 소송으로 맞불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엑소의 리더인 수호에게 팀 상황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수호는 "당황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하면서도 "차질 없이 팬들에게 좋은 음악을 보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연기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백수 같은 지질함이 엿보이는 역할도 재밌을 거 같다"면서 웃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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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첸백시의 입장문을 어떻게 봤을까.

나머지 멤버(첸백시)들이 처음 기자회견을 한 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들을 기사를 통해 처음 들었다. 그래서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터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구보다 엑소엘(팬덤)들이 가장 걱정됐고, 팬들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일을 또 겪게 해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실제로 올해 겨울 앨범과 내년에 세훈, 카이가 전역을 앞두고 있어서 이들과 함께하는 앨범을 계획하고 있었다. 지금은 차질 없이 팬들에게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다.

▲ 기자회견 이후 멤버들끼린 무슨 얘길 했을까.

안 그래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본인들에게 직접 들어야 생각해서 물어봤다. 기자회견에서 했던, 그리고 기사에 나온 말들을 우리에게 설명했다.

▲ '세자가 사라졌다'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는데, 멤버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봤다고 하던가.

제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서는 멤버들과 거의 얘길 나누질 못해서.(웃음) 단체 활동이 많지 않았다. 단체 스케줄로 팬미팅이 있었는데, 제가 새 앨범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아파서, 멤버들과 얘기하고 장난을 칠 기력이 없었다. 그래도 (군 복무 중인) 카이, 세훈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시간이 많아서(웃음) 카이는 '형 드라마 하더라. 멋있는데' 이렇게 연락이 왔고, 세훈이는 말없이 그렇게 방송 보는 인증샷을 보낸다. 제가 '재밌냐' 하니 답은 없다. 가족 같은 사이다.

▲ 첫 사극이었는데, 시청률도 평가도 좋았다.

사극이 힘들다는 얘긴 많이 들었다. 우려 섞인 응원도 들었고.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 얘길 들으니 더 오기가 생겨서. 제 성격이 그런 거 같다. 새로운 걸 계속하고, 개척하고. 처음에 출연을 확정 짓고 2~3개월 동안 대본을 달고 살았다. 처음엔 6회까지 받았는데, 촬영 전 100번 이상은 읽은 거 같다. 사극 대본은 눈으로만 읽으면 안 돼서 소리를 내야 하는데, 계속 그렇게 봤다.

▲ 이 작품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감독님의 작품인 MBC '킬미힐미'를 재밌게 봤다. 계속 생각이 나고, 뇌리에 깊게 남았다. 그땐 감독님들의 이름을 외우며 작품을 보지 않았는데, '킬미힐미' 감독님이라고 하니 흥미와 호기심이 생겼다. 사극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시기에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보다 연륜이 쌓인 후 도전하고 싶은 장르였다. JTBC '힙하게'라는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은 후 다른 장르로 좀 더 가볍게 볼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킬미힐미' 연출자셨으니까. 또 (김지수, 박철) 작가님들의 전작인 MBN '보쌈'도 유리 누나가 해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던 터라 부푼 마음으로 대본을 봤다. 그때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머리를 기르던 상태였고, 헤어 원장님께 '기른 김에 사극을 할까 봐요'라고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이 작품이 들어와서 운명 같기도 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 유리 누나가 '세자가 사라졌다' 출연에 조언해 준 부분이 있었나?

작가님들과 함께 작업을 했을 때 배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는 분들이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정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 얘길 잘 들어주시고, 뭘 잘하는지를 물어봐 주시고, 제가 할 수 있는 악기나 무술 같은 것도 반영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실제로 제가 했던 얘길 사극 말투로 바꿔서 넣어주시고, 그렇게 싱크로율을 맞춰 주셨다. 그래서 어느 순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싶어질 정도로 이게 이건인지, 수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편하게 됐다.

▲ 팀에서도 리더고, 극 중 연기한 이건도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세자, 리더였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도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 원래 반장도 하고 싶어 하고, 그런 성향이 있다.(웃음) 리더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았고, 그런 기질이 있어서 세자 역할도 좋았던 거 같다.

▲ 수호라고 하면 바른 리더 이미지가 있다.

일상을 지낼 때는 수호 이미지가 좋다. 20대 땐 깨고 싶었는데, 30대가 되니 오히려 좋더라. 반전이나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게 아닌데 맞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모범적이고 바르긴 하다.(웃음) '나쁜 남자'가 돼 볼까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착한, 모범적인, 바른생활 이런 수식어가 감사하다.

▲ 사극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로맨스 연기도 처음이 아니었나 싶더라.

로맨스 연기를 안 한 건 아닌데, 키스신은 팬들이 '보기 힘들었다'고 반응해 주신 건 봤다. 그날 회차를 안 본다는 분들도 있었다. 다행히 시청률이 떨어지진 않았다. 제가 솔로 콘서트 하는 날만 떨어지고. 제가 나쁜 놈을 연기할 때도 잘 보셨는데.(웃음) 극의 배경이 조선시대다 보니 스킨십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 로맨스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김진만)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또 상대역인 홍예지 배우가 10살 차이 나는 후배다 보니 혹시나 어려워할까 봐, 불편한 건 있는지, 선배님들이 저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걸 묻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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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자가 사라졌다' 이건은 결국 사랑을 위해 왕위도 버린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드라마는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이건이 왕위를 포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건은 자신을 희생하며 세자로서 백성을 위하고, 왕이 돼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췄는데, 마지막에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제 성격상 그럴 거 같지 않더라.(웃음) 그래도 이건은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에게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엑소와 사랑 중 선택해야 한다면 둘 다 포기하지 못할 거 같다. 그냥 둘 다 하면 안 되나.(웃음)

▲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가.

그렇다. 운명적인 사람이 있다고 한다.(웃음) 제 사주가 물이라 목금이 있는 분이 어울린다고 하더라.

▲ 도전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매번 '하면 된다'는 신조로 살아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뭔가를 마친 후 '만족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당시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고 연기하고 노래하기에 아쉬움은 하나도 남지 않는다. 다만 이후 다른 작품을 하거나 돌아보면 부족함은 보이는 거 같다. 그래서 요즘 나노 단위로 대본 고민을 하고 있다.

▲ 이번에 사극을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나?

사극이라기보단 '이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크다. 여러모로 잘 맞았지만, 고민이 안 된 건 아니었다. 그때 솔로 앨범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녹음해서 콘서트 일정까지 잡던 시기였는데, 드라마 일정은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미룰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래서 드라마를 선택했는데 '잘했다' 싶다. 많이 고민하고, 치열하게 생각했다.

▲ 연기 활동을 시작했던 초기엔 본명 '김준면'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엑소 수호'를 쓰고 있다.

연기할 땐 엑소 수호가 아닌 김준면이라는 배우로 봐줬으면 하는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군 복무로 김준면으로 살다 보니 엑소 수호 자체가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느꼈다. '배우 김준면'이라기보단 '엑소 수호'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예능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엑소 수호가 저의 풀네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이 엑소인 거다. 제 예명이 엑소 수호다. 그래서 개인 활동할 때도 수상소감을 말할 땐 엑소 수호라고 한다.

▲ 배우인 엑소 수호로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까.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다양한 장르, 교집합이 없는 캐릭터들을 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양파 같은 배우. 새로운 면모가 나오는, 알갱이로 갈수록 달고 진한 진국이 나오는 아티스트가 목표다. 연기뿐 아니라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작사·작곡도 참여하고 있는데, 그런 이유에서다. 도전하고 싶은 연기나 장르는 탐정 수사물이다. 정돈된 엘리트의 모습이 아닌, 슬리퍼를 신고 다니고 백수 같은 그런 지질함이 보이는 역할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