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인사에 음식 판매한 식당, 영업 20년 첫 세무조사 받아
"음향 장비·교통편 제공한 주민들도 정부 측 표적 돼"
다음 달 대선 앞둔 베네수엘라서 野 도운 시민들 '고초'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야당 정치인에게 음식을 팔거나 편의를 제공한 시민들이 잇따라 고초를 겪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남부 과리코주(州) 한 마을에서 엠파나다(빵 반죽 안에 속 재료를 넣고 튀긴 음식)를 만들어 파는 코리나·엘리스 에르난데스 자매는 지난달 22일 식당 영업 20년 만에 처음으로 세무 당국 직원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

코리나 에르난데스는 AFP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비롯한 야당 측 인사에 아침 식사를 판매한 지 불과 30분 만에 겪은 일"이라며 "몇 시간 뒤 당국은 우리에게 일시 영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식당 주인은 자신들의 음식을 주문하는 모든 사람을 "손님으로 환영하기 때문에" 매우 불공정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NYT는 에르난데스 자매뿐만 아니라 민주 야권 정치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를 돕는 주민들이 최근 몇 주간 비슷한 괴롭힘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카라카스에서 열린 야당 행사에서 물품을 운반한 트럭 운전수, 야당 정치인의 이동을 도운 뱃사공, 집회 음향 장비 설치와 해체를 했던 작업자 등 당국의 '표적'이 된 이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일부는 악명 높은 구금 시설에서 몇 시간 동안 자유를 박탈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를 압수당하거나 생계 수단을 빼앗긴 이들도 있다고 한다.

다음 달 28일로 예정된 이번 베네수엘라 대선에는 3선에 도전하는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을 비롯해 10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다음 달 대선 앞둔 베네수엘라서 野 도운 시민들 '고초'
이 나라 민주 야권 연합은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 타계에 따라 2013년 치러진 대선에서 처음 당선된 뒤 11년 동안 집권 중인 마두로 대통령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한 관권선거 자행'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정권교체를 다짐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미국에 본사를 둔 일부 여론조사 업체는 민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74) 후보가 여당 후보(마두로)를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에 대한 지지 움직임은, 엠파나다 식당 자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에르난데스 자매와 세무 당국 관계자 직원의 일부 대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유되면서, 대량 구입 '돈쭐 세례'와 음식 재료 무상기부 등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엠파나다를 잔뜩 주문한 뒤 "지역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 달라"고 요청한다고 식당 주인은 전했다.

코리나 에르난데스는 NYT에 "(야권 지도자) 마차도 씨 일행이 엠파나다를 사러 온 후 우리 삶이 바뀌었다"며 "모든 게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