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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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주가 모처럼 불을 뿜었다. 수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다. 전문가들은 잠시 조정은 있었지만, 방산주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본다. 일찌감치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IG넥스원은 17.33% 급등한 20만6500원에 마감했다. 최근 10년 중 최고가(종가 기준)다. 시가총액도 3조8720억원에서 4조5430억원으로 7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주가가 오르자 일부 투자자는 투자 성과를 공유했다. LIG넥스원 주주는 포털 종목토론방에 한 투자자는 "20만6500원에 보유 주식 3분의 1을 매도했다"며 "수익률 1200%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계좌인증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예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2020년 3월 LIG넥스원 주가(1만5600원)를 감안하면 수익률 1200%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LIG넥스원뿐 아니라 현대로템(10.08%), 한화시스템(4.55%), 한화에어로스페이스(4.38%), 한국항공우주(2.91%) 등 대형 방산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들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ARIRANG K방산Fn'도 4.6% 올랐다. '큰손' 외국인 투자자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현대로템과 LIG넥스원을 각각 587억원, 33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2위와 5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에도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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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 배경엔 수출 기대감이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오는 19일 루마니아에서 한·루마니아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한다. 루마니아는 방산업계의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루마니아는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현재 2% 수준에서 2.5%까지 늘리고, 2032년까지 주요 무기 도입에 399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와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차 패키지에 대한 수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대수는 K9 54문, K10 36대로, 계약금액은 총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루마니아는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을 앞세워 수주에 도전할 방침이다. 레드백은 미래형 궤도 보병전투장갑차량이다. 지난해 말 호주군에 레드백 129대를 3조1649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루마니아는 LIG넥스원의 '신궁'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IG넥스원은 휴대용 지대공 무기다. 인도네시아가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해궁'을 도입할 것이란 소식도 LIG넥스원 주가에 불을 붙였다. 현대로템은 2700억원 규모의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장갑차량(IFV) 레드백.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장갑차량(IFV) 레드백.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수출 모멘텀과 함께 주가도 우상향할 전망이다. 일부 방산기업의 1분기 실적이 부진하며 지난달 방산주가 조정받았다. 다만 증권가에선 매출 인식 시점에 따른 일시적 변화라는 입장이다. 이미 국내 방산업체는 수년 치 일감을 쌓아놨기 때문에 실적은 꾸준히 개선될 전망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있지만, 수주 잔고가 이를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수주 잔고가 급증하며 시가총액도 불어났다"며 "방산이 수출 위주의 산업으로 재편되며 이익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은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하므로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는 지난해에만 11% 늘어났다. 다만 현재 회원국 중 3분의 1은 '2%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호실적을 이유로 LIG넥스원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올해 매출액 2조9636억원, 영업이익 232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8.4%, 24.7%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이 증권사 장남현 연구원은 "루마니아, 미국에 더해 중동 수출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며 "고스트로보틱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너지 효과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