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식 열린지 석달째…아직 첫삽도 못 뜬 GTX-B·C
연초와 지난 3월 연이어 착공식이 열렸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C. 하지만 '실착공'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의 돈줄이 마르면서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의 GTX-C 지분을 인수할 건설사를 찾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GTX 노선에 있는 민간 토지 보상과 주민 민원, 급등한 공사비도 GTX 사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착공식 열린지 석달째…아직 첫삽도 못 뜬 GTX-B·C

B,C노선 동시에 PF 모집…7조원 조달 가능할까

GTX-B와 C는 동시에 PF와 재무적투자자(FI) 모집을 진행 중이다. 두 사업의 조달금액은 합산해 7조원에 육박한다. 신용보증기금이 각각 1조원씩의 보증한도를 내주기로 했지만, 금융사의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다. 한곳으로 기관투자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착공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GTX-C의 금융주관사인 국민은행은 기관투자가(LP)에 사업계획서를 최근 발송했다. PF를 모집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단계다. 비밀유지확약서(NDA)를 제출한 LP에 투자설명문(IM)을 보내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착공식 열린지 석달째…아직 첫삽도 못 뜬 GTX-B·C
경기 양주 덕정에서 경기 수원을 잇는 GTX-C노선은 총사업비가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3조4000억원은 민간이 조달한다. 현대건설과 한화 건설부문 등이 건설투자자(CI), 국민은행과 우리은행·교보증권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투자자가 지분 약 4000억원을 투자하고 선순위 PF로 2조4000억원, 후순위 PF로 6000억원을 조달한다.

GTX-B 역시 PF 모집을 진행 중이다. GTX-B는 인천 송도 인천대입구역부터 경기 남양주 마석역까지 82.8㎞ 구간 중 19.95㎞의 재정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CI로 참여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증권 등이 FI를 맡고 있다. 4조2894억원 사업비 중 민간에서 3조30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지분투자는 4545억원, 나머지는 모두 PF다. 신한은행이 다른 사업자와 자금조달 조건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달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8월로 예상된다.
착공식 열린지 석달째…아직 첫삽도 못 뜬 GTX-B·C
업계 관계자는 "이런 대규모 민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투자의 중요한 축이 보험사인데 현재 투자 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며 "금융사가 원하는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하면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실시협약 후 6개월 이내 착공이 원칙이다. GTX-C는 작년 8월 협약을 맺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수개월 지연된 상태다. GTX-B는 지난 3월 실시협약을 체결해 자금조달이 마무리되면 9월은 돼야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GTX-C는 태영건설이 보유한 지분 10%를 어느 건설사가 인수할지도 관건이다. 태영건설이 맡은 공구(청량리역~왕십리역)는 현대건설이 공동으로 맡아 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 탓에 나설 건설사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사비 기준은 2019년…인상 여부 관심

공사비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GTX-C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지만 정부 예산도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GTX-B(용산~상봉)는 절반이 재정사업 구간이다.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할수록 민간사업자에 수익성이 나온다.

문제는 GTX-C의 경우 사업비가 추산된 게 2019년이란 점이다. GTX-B는 2020년 기준으로 책정됐다가 지난 3월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4000억원가량이 추가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토목건설 중 철도시설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2월 122에서 지난 3월 155로 27%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자사업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만큼만 매년 공사비나 운영비를 올리게 돼 있다"며 "자재비 위주로 특히 공사비가 급등한 만큼 다른 방법이 있는지 시행자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지 보상도 아직 진행 중이다. 민자 구간은 전 구간 동시 착공이 목표여서 착공 신고 이후에도 보상 절차가 병행될 전망이다. 우선 국공유지를 중심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공유지를 위주로 수직구 위치를 잡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사유지가 있다"며 "토지보상법에 따라 수용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협의 보상에 실패해 강제 수용 단계를 밟게 되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보상금이 결정되기까지 최대 7개월이 걸린다. 수용에 불복하면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토지 강제수용에 1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압변전소·환기구 싫어요

지역 주민이 정치권과 함께 제기하는 민원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월 청량리역 테니스장에 GTX-C 노선의 고압변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롯데캐슬 SKY-L65'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근접한 주거지나 시공사에 건설계획을 공유하거나 의견 청취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토부에 변전소 위치 재검토를 요청했다.

GTX-B도 관련 민원은 마찬가지로 잇따르고 있다. 올초부터 GTX-B 노선의 고압 변전소를 부천 상동호수공원에 짓기로 하자 부천 시민과 인천 부평구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천시의회가 나서 전자파 위해성을 이유로 변전소 건설 반대 입장을 냈다.

서울 중랑구 우정아파트는 GTX-B 상봉역 환기구가 아파트에서 2~3m 떨어진 곳에 설계됐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 등을 찾아 환기구 이전을 요청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