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의 RN 통치참여 가능성에 "방관 못 한다" 공개서한
"경기보다 중요한 일"…축구 스타 음바페 뒤따라 집단행동
프랑스 체육계 "극우 안 찍는 게 시민의무·나라사랑" 호소
프랑스 체육인들이 조기총선에서 극우정당을 배척할 것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 등 200여명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신문 레퀴프를 통해 유권자를 향한 이 같은 호소가 담긴 편지를 실었다.

체육인들은 "스포츠에 열정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 극우 발호에 맞서 행동에 나서자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투표는 시민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극우가 권력을 쥐면 차별의 먹잇감이 될 우리보다 취약한 이들을 향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인 의회해산 결단에 따라 6월 30일, 7월 7일 조기총선을 치른다.

전날 마감된 후보등록 현황을 보면 유럽의 간판 극우 인사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의 제1당 도약이 유력하다.

이는 유럽의 강대국인 프랑스에서 극우가 통치에 참여할 토대가 구축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가능성 때문에 주목받는다.

프랑스 체육인들은 자국의 극우세력이 내비치는 국수주의적 반이민, 차별 성향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체육인들은 RN을 비롯한 극우세력이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다양성을 악용해 공포를 허위로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생계곤란 악화, 불평등을 향한 분노, 해결 노력의 부재, 미래에 대한 공포를 우리도 잘 안다"며 "그렇지만 우리는 직업선수, 지도자, 의사결정권자로서 극우가 우리나라의 권력을 쥐는 걸 뒷짐 지고 지켜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극우가 통치하는 권위주의 체제처럼 타인에 대한 두려움, 의심, 폭력이 국가의 중심이 되는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서한에는 야니크 노아, 마리온 바르톨리(이상 테니스), 세르주 벳센(럭비), 마리-조제 페레크(육상 트랙) 등이 서명했다.

앞서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주장인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도 극우 정당을 찍지 말라고 젊은 층에 촉구했다.

음바페는 전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기자회견에서 "극단주의와 분열을 부르는 생각에 반대한다"며 "정치와 축구를 섞지 말라고 하지만 이것은 내일 경기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