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4월부터 금요일 휴진이어 오늘 외래 교수 87명 중 48명 휴진
외래 진료과 절반 이상 문 닫고 수술방 18개 중 1곳만 가동
진료 취소 안내 문자 못받고 병원 찾은 환자도…병의원은 900여곳 중 23곳만 휴진 신고
[르포] "이제 그만 좀 합시다"…거듭된 휴진에 환자들 피로감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18일 의사협회의 총파업 방침에 따라 교수들이 집단 휴진한 충북대병원 로비에서 만난 이모(50대)씨.
투석 치료를 받는 아버지를 모시고 이날 정기 검사를 받기 위해 신장내과를 방문한 그는 '진료가 미뤄졌다'는 안내 문자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 헛걸음을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르포] "이제 그만 좀 합시다"…거듭된 휴진에 환자들 피로감
이씨는 "휴가까지 내서 왔는데 괜한 걸음을 했다"며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지난번에도 몇차례 휴진한 것으로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환자를 볼모로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충북대병원에 따르면 이날 외래 진료를 볼 예정이었던 교수 87명 가운데 48명은 수술 일정과 진료 예약을 모두 미루고 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2개 진료과의 절반 이상은 불만 켜둔 채 환자를 받지 않고 있었고, 전체 18개 수술방 가운데 응급·중환자를 위해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수술방이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전공의가 떠난 뒤에도 북적였던 병원 로비는 이날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르포] "이제 그만 좀 합시다"…거듭된 휴진에 환자들 피로감
오전 11시가 됐는데도 안내 전광판의 접수번호는 200번 대를 넘지 못했고, 대기자 수는 한명도 없었다.

평소 줄이 늘어섰던 수납창구는 텅텅 비어있었고, 총 75석의 로비 의자에는 10명 안팎의 환자와 보호자들만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휴진하는 진료과는 텅 빈 가운데 간호사들만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휴진 안내 문자를 보지 못하고 가끔 찾아오는 환자들을 돌려보내거나 미뤄진 진료와 관련한 문의 전화에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환자들은 썰렁한 병원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의사들의 거듭된 휴진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깁스를 풀기 위해 정형외과를 찾은 고모(60대)씨는 "저야 간단한 처치만 받으면 돼서 의사가 없어도 됐지만, 다른 위중한 분들은 하루만 진료가 미뤄져도 속이 탈 것"이라며 "병원이 이렇게 텅 빈 모습을 보니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게 무슨 말인지 실감이 난다"며 혀를 찼다.

[르포] "이제 그만 좀 합시다"…거듭된 휴진에 환자들 피로감
신경외과 진료를 받으러 온 김모(70대)씨는 "병원에 온 김에 안과 진료도 받으려고 했는데 휴진한다더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오기도 쉽지 않은데 괜히 서럽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병원 측은 전날부터 휴진하는 교수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업무에 복귀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대병원의 교수들은 이미 지난 4월 5일부터 매주 금요일 개별적으로 외래 진료를 휴진하고 있다.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앞서 이날 하루 집단 휴진을 결의하면서 조만간 날을 정해 무기한 휴진에도 돌입하기로 뜻을 모았다.

[르포] "이제 그만 좀 합시다"…거듭된 휴진에 환자들 피로감
한편 전국 병의원이 의협 주도로 휴진하기로 했지만 충북 지역의 휴진 신고 병의원은 전체 996곳 가운데 23곳(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진 신고 병의원들도 기존 휴진 일정을 앞당기거나 오전에만 진료하는 방법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도는 정부 지침에 따라 현장 점검을 실시해 개원의 휴진 여부를 파악하며 집단휴진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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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