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의회 조사…피해 주장 여성 300여명 소송 추진도
"태어난 아이에 '나몰라라'…친자 확인·양육비 투쟁 지속"

과거 영국 군인들이 훈련지인 케냐에서 현지 여성을 상대로 강간 등 성착취를 자행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에 대한 진실 규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냐 국회 국방정보외교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현재 케냐 영국군 훈련단(BATUK)을 조사하고 있다.

국방정보외교위는 영국군이 훈련하는 여러 지역에서 공청회를 열어 현지 여성 학대와 착취, 성폭행 문제에 대해 청취했다.

"영국 군인, 훈련지 케냐 여성들 성착취 자행…진실 규명 작업"
예컨대 21세 케냐 여성 완지루는 2012년 영국 군인들과 호텔에 들어간 이후 실종됐으며 나중에 시신이 한 정화조에서 발견됐다.

케나 검찰은 완지루가 살해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정작 용의자로 지목된 영국 군인들은 기소되지 않았다.

영국고등판무관실은 BATUK를 대신해 "영국에서든 해외에서든 성 매수를 포함해 권력 남용과 관련된 모든 성적 행위는 금지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냐에서 영국 군인들에 의한 강간, 살인 등의 범죄 혐의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72세 할머니 케냐 할머니는 40년 전을 떠올리며 "물을 길으러 갔다가 강 근처 풀밭에 숨어있던 영국 군인들에게 강간당했다"고 CNN에 말했다.

2007년 영국 국방부는 이 할머니를 포함한 케냐 여성 2천187명이 제기한 강간 피해에 대해 "단 하나의 혐의조차 뒷받침하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은 2021년 갱신된 영국과 케냐의 방위조약에 따라 영국 군인들의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케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케냐에서는 인권 침해 혐의와 관련한 사건은 공소시효가 없다.

현지 변호사 켈빈 쿠바이는 과거 강간 피해를 주장한 300여명의 여성이 참여하는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CNN은 영국 군인들의 강간으로 태어난 혼혈 아이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버림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냐 여성과 영국 군인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고 태어난 아이들의 양육비와 영국 시민권을 받기 위한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