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6이라니" 한일전 축구 초유의 대패…기재부 '충격'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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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가 뭘까. 기재부는 지난달 열린 일본 재무성과의 축구 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 초유의 대패를 당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한·일 경제부처 친선 축구대회다. 경제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양국 엘리트 공무원들의 자존심을 건 ‘한일전’에서 대패를 당한 것이다.
기재부가 일본 재무성과의 대결에서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1·2차전 모두 패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에는 1·2차전 모두 무승부였고, 역대 전적도 17승 7무 14패로 한국이 앞서 있다. 기재부는 정부 부처 중에서 축구 실력이 월등한 것으로 유명하다. 축구선수에는 선출(선수 출신)도 포함돼 있을 정도다.
패배 원인으로는 훈련 부족 및 온정주의적 경기 운영과 치밀한 전략 부재가 꼽힌다. 당시 경기에 참여했던 기재부 과장급 간부는 “일본 재무성이 이를 갈고 연습하고 왔다”며 “전반적인 전략·전술 측면에서 격차가 컸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경기 초반부터 여러 선수를 뛰게 하려고 교체 카드를 남발한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수들이 올해 들어 갖은 격무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도 이번 대패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대회는 매년 열렸지만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이 대립하면서 2018년 이후 한동안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 정상회담이 재개되는 등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해빙 무드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다시 시작했다. 스포츠를 통해 양국 공무원들 간 우애를 다지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열리는 대회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축구 동호회 소속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갖고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축구동호회 관계자는 “내년에는 올해처럼 허무하게 지는 일이 없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축구팀이 바쁜 업무에도 퇴근 후 매주 3일씩 꾸준히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