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부친 고소와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참고 있다./사진=뉴스1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부친 고소와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참고 있다./사진=뉴스1
전 프로골퍼 박세리가 부친 박준철 씨의 채무와 관련해 "앞으로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세리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회의실에서 진행된 '박세리희망재단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고소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 없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아버지의 채무를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오늘, 이 자리는 다시는 아버지와 관련된 채무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날 기자회견에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재단 법률대리인 김경현 변호사도 함께했다.

박세리와 박씨의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난 건 재단 측이 지난 11일 박씨를 고소한 사실을 전하면서다. 재단은 공식 홈페이지에 '박세리 감독은 국제골프스쿨, 박세리 국제학교(골프 아카데미 및 태안, 새만금 등 전국 모든 곳 포함) 유치 및 설립 계획·예정이 없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입장문을 통해 "박세리희망재단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단체의 재단법인으로 정관상 내 외국인학교설립 및 운영을 할 수 없다"며 "국제골프학교설립 추진 및 계획을 세운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어떠한 계획이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박세리는 "최근 많은 일이 있었는데, 사실인 것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다"며 "직접 짚고 넘어가야 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기자회견의 의의에 관해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박세리희망재단은 골프 인재 양성 및 스포츠 산업 발전과 국가 이미지 재고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됐다"며 "박세리 이사장의 부친인 박준철 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단은 비영리단체로 영리사업을 할 수 없는 곳"이라며 "박씨는 어떠한 직책도 업무도 수행한 적이 없고, 재단 측에서 업무 공유를 진행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세리가 설립한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씨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한 건 중 하나는 새만금개발청이 진행했던 3000억원 이상 규모의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개발사업이었다. 김 변호사는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서류 진위 확인 요청을 받았다"며 "이후 서류 위조 내용을 알았고, 이사회 소집 및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세리는 박씨의 사문서위조에 대해 "저의 아버지라 다른 이사진도 쉽게 말을 꺼내진 못했다"며 "이사회에서 제가 먼저 말씀을 드렸고, 제가 먼저 한표를 냈고, 그 후 만장일치가 돼 고소장을 내게 됐다. 그러고 이 자리에 나와 말씀을 드리고,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고, 제가 앞으로 할 일에 있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거 같다"고 전했다.

박씨가 문서와 인감을 위조하면서까지 무리한 사업을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모르겠다"며 "저로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앞으로 우리가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사소한 개인적인 일로 헛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될 거 같았다"며 "저는 그렇게 배웠고, 성장해왔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성장시킬 거다. 그렇게 굳건하게 잘 지키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또다른 화두 중 하나였던 박세리 대전 자택의 경매 집행에 대해선 김 변호사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입장이 엇갈려 판결이 나면 정확한 입장을 전달하겠다"며 "사건 당사자가 유명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매 사건 관련 질문에 답변은 이걸로 마무리하겠다"고 당부했다.

박세리는 대전 집의 지분을 부친과 절반씩 갖고 있다가 박씨의 채무 문제가 불거진 후 단독 명의가 된 부분에 대해 "대전 집에 대해선 미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급하게 연락을 받았는데, 알아보니 아버지 채무와 관련해서 경매가 들어온 거였다"며 "10억원이라는 돈의 경매가 들어왔고, 아버지가 현금이 없으니 제가 급하게 채무를 덜어드리고, 그 지분을 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에게 증여가 된 게 아니라 채무 관계를 정리하면서 지분을 사서 제 명의로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듭된 경매에도 대전 집을 지켜온 이유에 대해선 "제가 은퇴도 했고, 한국에서 자리도 잡아야 하고, 가족들을 위해 지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제가 성공할 때까지 저희 자매들이 감당한 부분이 있어서 같이 살고자 한 건데, 그 집에 또 소송이 계속 들어왔다. 순서를 짠 거 처럼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왔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도 경매로 집이 넘어갔던 부분에 대해 "이게 소송 중이긴 하지만 아버지의 부채이지 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라며 "오늘 더 확실히 하고자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이날 재단의 박씨 고소가 부녀 갈등과 무관하다고 봐야 하냐는 질문에 "어떻게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냐"며 "꽤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됐고, 언론에서도 아시는 정보겠지만 아버지와 딸, 부녀 사이에 있어서 여러 상황이 있었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더 커졌다"며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박세리는 부친의 문제를 인지한 시기에 대해 "저는 해외 생활을 계속해왔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생활했는데, 그때부터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인지하게 됐다"며 "가족이라 제가 해결하는 선에선 해결하려 했지만, 그러다 보니 채무 문제가 계속 반복해서 올라왔다.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결심하면서까지 해명하고 싶은 문제에 대해서는 "아버지와 관련된 채무, 특히 집의 경매와 관련해 많은 얘기가 언급되는 거 같다"며 "집은 현재 경매로 나오지 않았다. 법적으로 올바르게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이 난감하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다"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삶을 살고 살고자 노력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이루려는 부분에 대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면서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박세리는 추가적인 부친의 채무 문제를 묻는 말에 "저도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그 부분도 제가 답답함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혀 대화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 반복돼 왔기에 일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아버지와 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은퇴 후부터 제가 하는 일들은 엄격히 제 권한 아래 이뤄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담담하게 부친과의 갈등, 과거부터 이어져 온 채무 문제에 대해 밝혀왔지만, 박세리는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막을 수 없었냐"는 질문에 눈물을 보였다. 질문을 받은 후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던 박세리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다"며 "화도 너무 많이 나고, '막을 수 없었냐'고 하셨는데 많이 막았다. 한 번도 아버지 의견에 찬성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부친 고소와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뉴스1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부친 고소와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뉴스1
이어 "저는 제 갈 길을 갔고, 아버지도 아버지의 길을 갔고, 그게 저희에겐 최선이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저도 유감이다"면서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세리는 "정말 많은 기자회견을 했다. 항상 좋은 일이었다"며 "저는 저의 길이 확고히 정해진 사람이다. 그걸 정리하고자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회복되기가 지금은 힘들 거 같다"며 "가족들에게도, 저에게도 시간이 아주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삶이 저의 또 다른 꿈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은퇴 후 그런 일을 하고자 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해 왔다"며 "어린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대한민국을 빛내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노력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