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 핵심은 수소"…현대차의 '빅 픽처'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든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지난해 매출 683조원),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회사 린데(45조원), 일본 최대 정유기업 이네오스(113조원), 수소 플랜트 시장의 강자 프랑스 에어리퀴드(40조원)….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공동의장을 맡게 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의 회원사 면면이다. 2017년 1월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 등 자동차 기업을 주축으로 13개사가 모여 출범한 수소위는 오늘날 세계 최대 수소기업 CEO 협의체로 거듭났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수소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수소위, 글로벌 수소 정책 영향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수소위는 매년 CEO 총회를 개최한다. 회원사 CEO는 의무적으로 총회에 참석해야 회원 자격이 유지된다. 현재 전체 회원사는 140여개사다. 회원사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9조달러(약 1경2465조원)에 달한다. 680만명의 정규직 직원이 있다. 회원사 매출을 모두 더하면 6조4000억달러(8864조원)를 넘는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와 함께 한국가스공사와 일진그룹이 수소위 회원사다.

수소위 총회에서는 수소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안건 등이 발표된다.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총회에서 나온 주요 의제는 세계 40여개국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미국의 수소설비 생산세액공제(PTC)와 유럽의 재생에너지 지침(RED3), 일본의 수소생산 설비에 대한 계약지원(CfD) 등이다.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도 수소위가 주축이 돼 개발한 수소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법 등이 국제 표준으로 의결됐다.

수소위 회원사들은 수소 생산 및 유통망 구축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수소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글로벌 수소 플랜트 및 유통망 건설 프로젝트는 1400여개 이상이다. 2022년 5월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발표된 프로젝트에는 2030년까지 57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수소위는 이를 위한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고 있다. 수소위 측은 “장기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이 1㎏당 2.5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래 에너지 핵심은 수소"…현대차의 '빅 픽처'

○현대차, “수소 사회 전환 가속화”

현대차그룹이 수소위 공동의장사를 맡는 것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 이후 4년 만이다. 정 회장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공동회장을 맡은 바 있다. 장 사장이 정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수소위 공동의장에 취임하는 것은 ‘수소경제’를 향한 현대차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1만4451대에 불과하다. 전기차 판매량(1406만1000대)에 비하면 1000분의 1 수준이다. 전기차로 넘어간 것처럼 보이는 미래 모빌리티 흐름을 수소차로 돌리기 위해선 청정 수소 생산 시설을 늘리고 유통망부터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현대차가 추진하는 글로벌 수소 협업 프로젝트는 최근에도 관측됐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와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할 계획이라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달 밝히면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에서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활용한 소규모 수소 생산 허브를 구축하고, 수소 에너지 기반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인도네시아 모델을 세계로 확대 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하이브리드카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수소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와 협업해 수소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HMGMA 물류망에 도입할 예정이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은 “현대차 수소트럭 엑시언트가 움직이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와 같은 수준”이라며 “현대차에서 HMGMA 물류를 친환경적으로 구축하는 부분에 대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엑시언트 30대를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미국법인에 공급하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기업 FEF가 항만 인근에 하루 최대 200대의 대형 수소전기트럭 충전이 가능한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는 것과 맞물렸다.

현대차는 1998년부터 수소 기술을 개발했다. 2013년 투싼 ix35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 2020년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출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 에너지 이용 확대 필요성과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글로벌 수소 수요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주도하며 수소 사회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