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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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비상금 털어서 샀는데"…네카오 산 개미들 한숨만
"네이버는 주당 40만원, 카카오는 15만원에 샀어요. 팔지도 못하고 속만 타네요."

30대 직장인 A씨는 3년 전인 배우자 몰래 확보한 비상금 수백만원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를 매수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A 씨는 "당시 네이버가 60만원이나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며 "그동안 많이 떨어져 처분하려고 했는데 AI 수혜주로 묶이기 시작하면서 결국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술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힘을 못 쓰면서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주가는 올해 20% 넘게 하락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날 각각 17만6800원, 4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네이버는 지난 17일 장중 16만6000원으로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같은날 카카오 역시 장중 4만2150원까지 하락하며 연저점을 찍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수혜주로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는 2021년 7월 46만원 넘게 치솟았다. 카카오 역시 2021년 4월15일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뛰면서 17만원까지 급등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0만원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성장이 둔화하면서 주가는 내리막을 타고 있다.

챗GPT 열풍이 불면서 인공지능(AI) 수혜주로 기대감이 컸으나 주가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10.8% 증가한 2조526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도 32.9% 늘어난 4393억원을 거뒀다.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했으나 회사 안팎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일본 사업 핵심인 라인야후가 탈 네이버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은 이날 일본 라인야후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 클라우드에 위탁했던 직원용 시스템과 인증 기반을 분리하는 작업을 연내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는 것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결별에 나서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지주회사 A 홀딩스의 지분을 50% 갖고 있다. 라인 영향력 활용에 제약이 생겨 해외 사업 동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카카오 역시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이 해외 플랫폼에 밀리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카오톡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507만명으로 2위에 머물렀다. 1위는 유튜브로 MAU가 4579만명을 기록했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유튜브에 밀렸다. 당시 유튜브와의 격차는 10만여명에 불과했으나 올 상반기엔 72만명으로 확대됐다. 내부적으로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으나, AI 사업은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내려잡기 시작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국내 증권사 23곳 가운데 4곳이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경쟁력 약화 등을 반영해 목표가 기존 6만9000원에서 5만6000원으로 내렸다"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전략적 사업 제휴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보유한 데이터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역시 목표가를 내린 증권사가 등장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커머스 사업 성장 둔화와 AI 수익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악재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유의미한 주가 상승을 이끌 호재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28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내려잡았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