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과 한종석 아주대 교수 등이 분석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10.5배였던 하위 10%와 상위 10% 소득 배율이 2022년에는 7.6배로 줄었다. 시기별로 보면 2005년부터 불평등 감소세가 더 뚜렷했다. 국제 비교로도 한국의 개선도는 우수했다. 이 연구는 미국을 포함한 10개 선진국 등 총 13개국을 비교한 국제 연구 프로젝트다.

근래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져들었지만 큰 틀에서 소득 불평등이 꾸준히 개선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더구나 개선의 흐름이 남녀·연령대를 불문하고 비슷하게 나타난 데다 여성의 개선폭이 컸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남녀 간 소득격차도 좁혀진 것이다. 정권이 자주 교체되는 사이 지니계수 등 유사 지표가 조금씩 왔다 갔다 하기도 하지만 소득격차가 좁혀진 것은 바람직하다.

실상이 이런데도 국내에는 선동에 가까운 터무니없는 주장이 많다. 툭하면 ‘헬조선’ ‘양극화 극대화’라는 불평과 불만, 억지 논리가 나온다. 선거철이면 정치권은 한국의 성취를 비하하면서 ‘빈익빈 부익부’ 구호를 외친다. 경제학자 중에도 적지 않다. 일부 언론과 사회단체도 객관적 통계와 과학적 분석에 기반하지 않은 이런 자기비하의 체제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다분히 감정적·감성적인 이런 선동은 사회 통합에도 나라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물론 이런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더 기울여야 한다. 이번 조사가 근로소득에 한정됐다는 점을 돌아보면 자산의 격차 등 정책적으로 접근할 과제는 더 있다. 특히 헬조선 타령과 양극화 선동 논리가 중산층에서도 먹히는 현실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하위 계층과 최상위층 소득은 많이 증가한 반면 중산층 증가폭은 낮게 나타났다. 상위 계층을 늘 바라보는 ‘일반 직장인’의 근로자 그룹이 심리적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만한 구조다. 중산층 붕괴는 핵무기 위협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소득과 자산에서 탄탄한 중산층이 더 나오도록 경제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제정책도 그렇게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