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대표 이은미·앞줄 왼쪽 세 번째)는 18일 방한 중인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 은행협회장을 비롯해 보츠와나·나이지리아·모리셔스 은행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금융 등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아프리카지역 은행협회장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인터넷은행이 등장하기를 희망했다.
한국과 아프리카 48개 국가가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 및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할 대화체를 신설하기로 4일 결정했다. 아프리카는 백금, 망간,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의 주요 생산지다. 아프리카와의 핵심 광물 관련 협력이 확대되면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이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윤석열 대통령과 아프리카연합(AU) 소속 48개국 대표들은 이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하고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고 관련 기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증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투자하고 핵심 광물 자원 개발에 가치를 더할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덧붙였다.이는 단순히 아프리카 내에서 광물을 채굴해 수입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설비 투자를 하고 인력을 채용해 광물을 정련·제련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광물에만 관심을 두고 부가가치가 높은 설비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불만을 제기했다.윤 대통령은 “한국과 아프리카가 이번에 출범시키는 ‘핵심 광물 대화’는 호혜적 협력을 통해 공급망의 안정을 꾀하면서 전 세계 광물 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에도 기여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동반자협정(EPA) 및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 양측 사이의 무역장벽을 낮추는 협정도 맺기로 의견을 모았다. EPA와 TIPF는 자유무역협정(FTA)과 큰 틀에서 비슷하다. 다만 EPA는 무역장벽 해소 외 개발 지원, 기술 이전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TIPF는 FTA 협상이 쉽지 않은 국가들과 공급망 등의 협력이 필요할 때 체결하는 협정이다.정부는 이날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對)아프리카 정부개발원조(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달러(약 14조원)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리겠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위한 수출금융 규모도 지난해 43억달러에서 2030년 140억달러로 키운다. ODA 및 수출금융 규모 확대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전략이다.인프라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아프리카 내 도로, 철도, 교량, 항만, 공항, 댐, 담수화시설, 전기 등 양질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표명한다”며 “한국이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스마트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밖에 아프리카 청년들의 디지털 교육을 위한 ‘테크 포 아프리카 이니셔티브’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의 디지털 기술을 아프리카 청년에게 전수하고 관련 청년 기업가를 양성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이날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모두 46건의 조약 및 협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아프리카 전문가인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워낙 컸지만 일부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이 이런 상황을 잘 파고들어 아프리카와 관계를 다지고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개회사를 통해 “함께 만드는 미래가 한·아프리카 협력의 대원칙”이라며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대한민국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핵심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정상회의 공동 주재자인 엘 가즈아니 모리타니아 대통령은 “한국과 아프리카의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며 “한국의 투자자들이 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두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어진 회의에서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짐바브웨가 보유한 리튬, 철광석, 니켈 등 핵심 광물을 활용한다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도병욱/김종우 기자 dodo@hankyung.com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4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가운데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기획전’에서다. 아프리카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 작가 8명의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탄자니아 화가 에드워드 팅가팅가(1932~1972)가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미술 도구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았던 그는 공업용 나무 합판과 도자기 조각, 자전거 페인트를 재활용한 그림을 그렸다. 아프리카 자연을 유머러스하고 초현실적으로 묘사한 ‘팅가팅가’ 화풍을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팅가팅가는 정사각형 캔버스를 빼곡히 채운 동물 이미지로 명성을 떨쳤다. 아프리카 동물을 의인화한 ‘해피(Happy)’가 단적인 예다. 강렬한 원색으로 각 대상의 역동적인 몸짓을 묘사했다. 그의 작품은 훗날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키스 해링에게도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반세기에 걸친 팅가팅가 화풍의 발전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부시 미키다디(1957~)의 ‘Covid Pandemic’(2023)은 팬데믹 기간 아프리카인의 애환을 익살스럽게 묘사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극명하다. 동물이 아니라 세균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마스크를 낀 군인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다.‘공동체’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에서 유난히 많은 인물이 눈에 띄는 이유다. 내전, 이산가족 등 식민지 지배로 얼룩진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예술가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다.아프리카 ‘휴머니즘’ 미술의 중심에는 헨드릭 릴랑가(1974~)가 있다. 릴랑가 작품의 주요 소재는 아프리카의 영물(靈物)인 바오바브나무 그늘에 모인 평범한 사람들이다. 나팔을 불고 술을 마시는 등 축제를 벌이는 모양새다. 붉은 구름의 위협에서도 잠시나마 공동체의 회복을 만끽하려는 걸까. 릴랑가 작품 제목 대부분엔 ‘행복한(Happy)’이란 단어가 붙는다. 전시는 14일까지.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