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수녀’로 널리 알려진 이해인 수녀가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신작 시와 편지 등을 담은 <소중한 보물들> 출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시 쓰는 수녀’로 널리 알려진 이해인 수녀가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신작 시와 편지 등을 담은 <소중한 보물들> 출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내 일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리움이라 말하고싶어// 이승의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먼 길 떠나는 날// 그녀는/ 그리운 게 많아/ 그리움을 시로 쓰다/ 마침내 누군가에게/ 그리운 존재가 되었다고/ 그리 말해주는 건 어떨지.”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소중한 보물들> 출간 기자간담회를 시작하며 이해인 수녀는 책에 실린 시 중 하나인 ‘그리움’을 낭송했다. 이 책은 그가 수녀원에 입회한 지 6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그동안 쓴 일기와 편지, 칼럼, 신작 시 10편 등을 엮은 단상집이다. 법정 스님과의 일화와 김수환 추기경의 서간문, 10대 초등학생부터 90대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나눈 덕담과 추억 등이 담겨 있다.

‘시 쓰는 수녀’로 잘 알려진 이해인 수녀는 쉽고 간결한 언어로 삶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내가 쓴 시 깊은 곳에 종교와 신성이 담겨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언어로 별이나 꽃, 나무, 돌멩이 등 친숙한 사물을 노래한 것에 많은 독자가 공감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녀원에 들어온 이후 꾸준히 남긴 메모들이 담긴 노트 184권 중 그간 발표하지 않은 글을 모아 책을 냈다”며 “모든 이를 보물로 생각하고, 보물을 캐는 사람이 되자는 마음을 담아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이해인 수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도 실려 있다. 1960년대에 쓴 편지에서 어머니는 딸을 ‘꼬마 수녀’ 혹은 ‘애기 수녀’라고 부르다가 시간이 흐르며 ‘그리운 수녀님’으로 호칭이 변한다. 그는 “오늘의 내가 된 건 어머니의 희생과 (수녀가 된) 언니의 기도 덕분”이라며 “돌아가신 지 오래됐는데도 곁에 수호천사로 남아 계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에게 시를 읽고 쓰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 나이까지 소녀처럼 살 수 있는 건 시를 많이 읽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감동과 감탄을 많이 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내 안에 소녀가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수도생활을 지탱하게 해 준 없어선 안 될 기도 같은 존재”라며 “50년 가까이 시를 쓰고 보니 시가 나 대신 세상을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구름천사’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팔순인 이해인 수녀는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한다. 그는 “<어린왕자> 같은 동화도 쓰고 싶고, 부산에 있는 ‘해인글방’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간 반에 가까운 기자회견이 끝날 때쯤 이해인 수녀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힘들어도 힘들지 않게/ 누구하고나 사이좋게/ 정을 나누면서/ 바람에도 기분 좋게”라는 시구를 읊으며 인사를 갈음했다. “바람에 흔들려도 기분 좋게 살아가는 꽃이 되길 바란다”며….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