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ETF, 애플 줄이고 엔비디아 더 담는다
미국 기술주를 추종하는 한 대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애플 대신 엔비디아 비중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엔비디아가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을 보였음에도 엔비디아의 펀드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에 시장 수익률과 괴리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ETF가 리밸런싱(정기 종목 변경)을 단행하자 “엔비디아가 애플을 제치고 대표 기술주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S&P500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대표 ETF인 ‘테크놀로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XLK)는 리밸런싱 이후 엔비디아와 애플 편입 비중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XLK를 운용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이날 엔비디아 비중이 기존 5.9%에서 21%로 대폭 높아지는 반면 애플은 22.2%에서 4.5%로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XLK는 규정에 따라 분기마다 종목을 정기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번에는 지난 14일 종가까지 반영해 21일에 리밸런싱이 이뤄질 예정이다.

뉴욕증시 시가총액 상위 3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약 3조3300억달러), 엔비디아(3조2200억달러), 애플(3조3200억달러)은 모두 시총이 3조달러를 돌파해 비슷한 수준이지만 XLK에서는 편입 비중에 차이가 있었다. MS(22.1%)와 애플(22.2%)보다 엔비디아(5.9%) 비중이 눈에 띄게 낮았다.

이 때문에 XLK는 올 한 해 23.3% 상승에 그치며 기초지수인 S&P500 테크지수 대비 수익률이 5%포인트 이상 낮았고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20.93%)와 비교해도 수익률이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XLK와 기초지수 간 격차가 이렇게 커진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짚었다.

증시에 상장한 수많은 ETF 중 하나가 내린 결정이지만 외신은 이를 두고 ‘미국에서 대표 기술주가 변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대표 기술주가 애플에서 엔비디아로 변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지난 1년간 200% 가까이 폭등했지만 애플은 17.1% 오르는 데 그쳤다.

XLK 운용 자산이 712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자산 재배분 과정에서 엔비디아에 대한 대규모 매수 주문이 나올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CNBC는 XLK가 예상대로 종목을 재구성해 엔비디아 비중을 15%포인트 높이면 주식을 100억달러 이상 매입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반대로 애플은 120억달러 상당을 처분해야 한다.

다만 애플이 엔비디아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다면 펀드 내 편입 비중은 다시 바뀔 수 있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인텔리전스 ETF 분석가는 “다음 리밸런싱 기준일인 9월 13일까지 애플 주가 상승률이 엔비디아나 MS를 뛰어넘는다면 이번에는 애플을 수십억달러 매수하고 다른 종목을 매도하는 대규모 리밸런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