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개인·기관의 해외 주식 투자액이 지난달에 작년 전체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는 데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월부터 주식 투자 수익의 비과세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新NISA가 일으킨 日해외투자 붐…이미 5.6조엔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1월에서 5월까지 일본 투자자는 국내 투자신탁·자산운용사를 통해 해외 주식을 5조6388억엔(약 49조원)어치 순매수했다. 1년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지난해 연간 해외 주식 투자액(4조5000억엔)을 뛰어넘었다. 5월에만 1조3719억엔을 사들이며 월간 최대 순매수액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본 개인·기관의 올해 해외 투자는 13조엔(약 113조원) 규모로 2015년 6조8323억엔을 넘어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일본 정부가 1월부터 시행한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의 영향으로 보인다. 신NISA는 주식 투자 수익의 비과세 기간을 평생으로 연장하고 연간 비과세 투자 상한액을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누적 한도를 600만엔에서 1800만엔으로 세 배씩 늘렸다. 정부의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에 개인투자자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1~5월 개인의 해외 투자를 보여주는 ‘주식·투자펀드 보유분’은 전체의 90%(5조1634억엔)를 차지했다. 기관의 해외 투자를 보여주는 ‘단기채권’과 ‘중장기채권’의 순매수액은 각각 1210억엔, 3545억엔에 그쳤다.

일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의 투자신탁 ‘eMAXIS 슬림 전 세계 주식’이었다. 올해 1~5월 자금 유입액은 1조1448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7배 증가했다. 이 투자신탁은 60%를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 환전을 위해 하루 1000억엔(약 8750억원) 넘게 엔화를 매도하기도 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매수하려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는데, 이는 결국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일본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기관투자가를 능가하는 엔 매도 주체가 생겨났다”고 평가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