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목재' 유통하다 딱 걸렸다…비결은 '이것'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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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지문' 머신러닝으로 파악해 원산지 확인
대두 코코아 등 다른 생산물 원산지 검증에도 활용될 예정
대두 코코아 등 다른 생산물 원산지 검증에도 활용될 예정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이케아(IKEA)는 중대한 문제에 봉착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제재하기로 해서 두 나라에서 생산된 목재를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목재 수입처를 부랴부랴 바꾸는 것도 큰일이었지만, 문제는 어떤 목재가 러시아산인지 판별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러시아산 나무인지 노르웨이산 나무인지를 구별할 방법은 오로지 유통업자가 제시하는 관련 서류 뿐이다. 여러 단계의 유통망을 거치며 러시아산 목재가 섞여 들어왔을 때 최종 사용자가 이를 밝혀내기는 매우 어려운 노릇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한 비영리기구(NGO)가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의 월드 포레스트 ID가 찾아낸 방법은 일종의 '나무의 지문' 확인법이다. 모든 나무는 생산지역의 특성을 일부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계적으로 확인한 뒤 각각의 나무를 검사해서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목재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EU 회원국들은 세관 요원과 기업 감사관을 투입해서 목재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서류 간에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단서를 파악했다. 일부 기업이나 독립적인 인증기관이 현장을 방문해서 검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전체 공급망의 전모를 파악하고 불법 유통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원인 로라 보에스호튼은 “목재가 숲을 떠난 후 실제로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라고 WSJ에 말했다.
특히 곤란을 느낀 회사가 이케아다. 이케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전체 제품에 사용되는 목재의 16%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조달했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자들은 러시아산 목재를 다른 나라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유럽에 팔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 전 시작 후 터키 및 카자흐스탄에서 합판 수입이 급증한 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설립된 월드 포레스트 ID는 이 문제를 머신러닝으로 해결했다. 각 지역별로 나무 샘플을 채취해서 특성을 확인한 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 덴마크의 비영리단체 전문가를 고용하여 유럽 전역에서 10밀리미터 직경의 나무 조직 코어를 추출하여 샘플을 수집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일반적으로 수출되는 종(자작나무, 소나무, 참나무)에 집중했다.
목재 샘플의 화학적 구성을 식별하기 위해 두 가지 테스트를 사용했다. 하나는 강수량이나 온도와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안정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다른 테스트는 나무가 자라는 토양에 따라 달라지는 마그네슘 및 구리와 같은 미량 원소의 비중을 확인한다. 모든 지역의 모든 나무를 조사할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급 통계와 머신러닝 기법을 동완해서 조사하지 않은 지역에도 데이터를 추정해 보완한다. 샘플을 채취하지 않은 지역에서 수확된 나무의 화학적 특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월드 포레스트 ID의 과학 책임자인 빅터 데클레르크는 네이처 플랜트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출처가 거짓으로 기재된 것으로 파악된 사례의 비중이 조사대상의 40~60%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테스트가 불법 선적을 잘못 식별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설계됐다고 그는 논문에 덧붙였다.
이케아의 산림 책임자인 미하일 타라소프는 WSJ에 이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1년이면 충분했다며 "이 시스템을 우리의 실사 시스템의 일환으로 완전히 통합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EU 회원국들은 월드 포레스트 ID의 시스템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벨기에 연방 보건 및 식품안전기구는 현재 진행중인 여러 사건에서 월드 포레스트 ID의 데이터를 이용해 목재에 대한 포렌식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하게 수확된 목재 여부를 인증하는 기관인 산림 관리 위원회(FSC)의 시스템 무결성 최고 책임자 마크 제셀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아직 전 세계 다양한 종의 동위 원소 프로필을 포함한 세계적 DB가 완성되지 않았고 이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스템은 다른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이 비영리기구는 대두와 카카오 샘플 수집을 시작했다. 환경파괴나 인권 침해에 관련된 상품을 단속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이 분야에서도 '단속의 애로사항'을 대폭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한 비영리기구(NGO)가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의 월드 포레스트 ID가 찾아낸 방법은 일종의 '나무의 지문' 확인법이다. 모든 나무는 생산지역의 특성을 일부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계적으로 확인한 뒤 각각의 나무를 검사해서 어느 지역 출신인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목재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EU 회원국들은 세관 요원과 기업 감사관을 투입해서 목재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서류 간에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단서를 파악했다. 일부 기업이나 독립적인 인증기관이 현장을 방문해서 검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전체 공급망의 전모를 파악하고 불법 유통을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원인 로라 보에스호튼은 “목재가 숲을 떠난 후 실제로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라고 WSJ에 말했다.
특히 곤란을 느낀 회사가 이케아다. 이케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전체 제품에 사용되는 목재의 16%를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조달했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자들은 러시아산 목재를 다른 나라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유럽에 팔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 전 시작 후 터키 및 카자흐스탄에서 합판 수입이 급증한 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설립된 월드 포레스트 ID는 이 문제를 머신러닝으로 해결했다. 각 지역별로 나무 샘플을 채취해서 특성을 확인한 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 덴마크의 비영리단체 전문가를 고용하여 유럽 전역에서 10밀리미터 직경의 나무 조직 코어를 추출하여 샘플을 수집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일반적으로 수출되는 종(자작나무, 소나무, 참나무)에 집중했다.
목재 샘플의 화학적 구성을 식별하기 위해 두 가지 테스트를 사용했다. 하나는 강수량이나 온도와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안정 동위원소의 비율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다른 테스트는 나무가 자라는 토양에 따라 달라지는 마그네슘 및 구리와 같은 미량 원소의 비중을 확인한다. 모든 지역의 모든 나무를 조사할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급 통계와 머신러닝 기법을 동완해서 조사하지 않은 지역에도 데이터를 추정해 보완한다. 샘플을 채취하지 않은 지역에서 수확된 나무의 화학적 특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월드 포레스트 ID의 과학 책임자인 빅터 데클레르크는 네이처 플랜트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출처가 거짓으로 기재된 것으로 파악된 사례의 비중이 조사대상의 40~60%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테스트가 불법 선적을 잘못 식별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설계됐다고 그는 논문에 덧붙였다.
이케아의 산림 책임자인 미하일 타라소프는 WSJ에 이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 1년이면 충분했다며 "이 시스템을 우리의 실사 시스템의 일환으로 완전히 통합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EU 회원국들은 월드 포레스트 ID의 시스템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벨기에 연방 보건 및 식품안전기구는 현재 진행중인 여러 사건에서 월드 포레스트 ID의 데이터를 이용해 목재에 대한 포렌식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하게 수확된 목재 여부를 인증하는 기관인 산림 관리 위원회(FSC)의 시스템 무결성 최고 책임자 마크 제셀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아직 전 세계 다양한 종의 동위 원소 프로필을 포함한 세계적 DB가 완성되지 않았고 이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스템은 다른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이 비영리기구는 대두와 카카오 샘플 수집을 시작했다. 환경파괴나 인권 침해에 관련된 상품을 단속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이 분야에서도 '단속의 애로사항'을 대폭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