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황제' 자리에 오른 '엔비디아'…투자자들 뒤집어졌다
생성 인공지능(AI)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생성 AI 구동에 필수적인 AI 칩 개발사로 ‘AI 황제주’라 불린 엔비디아가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 때 136.33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시총은 종가 기준으로 3조3350억달러(4609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전날까지 시총 3위에 있었던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달러)을 제치고 단숨에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엔비디아가 시총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6일 애플을 제치고 시총 2위에 오른 뒤 주가가 소폭 하락했고, 그 사이 애플 주가가 급등하며 다시 3위로 내려왔었다.

오픈AI와 협업해 생성 AI 시장의 주도권을 쥔 MS는 올해 1월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 지난 10일 애플이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중심으로 한 AI 전략을 발표한 뒤 자리바꿈을 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 생태계에 AI를 탑재한 애플 주가가 급등하면서 1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후 MS와 애플은 1위 자리를 주고받으며 경쟁을 해왔다. 엔비디아와 애플의 시총 차이는 500억 달러 정도다. 이들 세 기업 간의 주가 등락 상황에 따라 다시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는 AI 칩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AI 시장에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AMD, 인텔, ARM 등 반도체 개발사들이 앞다퉈 AI 칩을 개발하고 있지만 당분간 엔비디아에 맞설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전 세계에 깔린 수십억대의 하드웨어와 자체 운영체제(OS), 칩 생산까지 수직계열화하면서 견고하고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시한 AI 기술까지 탑재하면서 ‘아이폰 슈퍼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MS는 현재 AI 산업의 최강자로 꼽히는 오픈AI와 협업체계를 바탕으로 자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생태계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각각의 영역에서 강한 경쟁력을 구축한 세 기업의 시총 1위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대니얼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1년간 기술 분야에서 시가총액 4조달러를 향한 경쟁이 엔비디아와 애플, MS 사이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10대 1의 주식 액면 분할을 단행했다. 2분기 실적 어닝서프라이즈와 앞으로도 강한 AI 칩 수요, 액면분할 등 호재로 급등했던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는 액면분할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74% 올랐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엔비디아 목표주가 상향 영향을 받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한스 모세만 로젠블라트 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렸다. 이는 월가에서 지금까지 나온 최고치다. 주가 200달러면 시가총액이 5조달러에 가까워질 수 있다. 모세만은 “향후 10년간 전체 매출 구성에서 소프트웨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투자회사 서스케한나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45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렸다.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AI 산업이 팽창하는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한 엔비디아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니얼 아이브스는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진 가운데 엔비디아의 GPU는 본질적으로 기술 분야의 새로운 금 또는 석유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런 캐피털의 마이클 리퍼트 부사장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 생태계가 독점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주가 상승에 따라 젠슨 황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는 포브스 집계 기준 순자산 1170억달러(161조6000억원)로 세계 부자 순위 11위에 올랐다.

실리콘밸리=최진석/송영찬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