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최진석 특파원
사진 : 최진석 특파원
18일(현지시간)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선 엔비디아는 1993년에 설립한 올해로 31살짜리 기업이다. 게임용 PC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들어온 엔비디아는 반도체 시장에서 비주류로 여겨졌다. 하지만 AI 붐을 타고 4차 산업혁명의 앞단에 선 혁신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AMD에서 반도체 디자이너로 일하던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이 만든 회사다. 젠슨 황은 미국 오리건 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반도체 명문기업 AMD에 입사했다. 이후 그래픽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커티스 프리엠, 전자기술 전문가 크리스 말라초스키 등과 함께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다.

1993년 창업전선에 나섰을 때 젠슨 황의 어머니가 “다시 취업하라”고 혼을 낸 건 실리콘밸리에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다. 젠슨 황 등 3명의 창업가는 처음에 사무실도 없이 시작했다.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커피를 주문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아 사업구상을 했다. 이들은 음식도 주문하지 않고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젠슨 황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PC 그래픽 시장에 주목했다. 게임 마니아인 젠슨 황은 PC 기술이 발전할수록 3차원(3D)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는 반도체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초창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1997년 ‘NV3’라는 GPU를 내놓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2년 뒤인 1999년 초기 엔비디아 성장의 주역인 ‘지포스’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성장했고, 그해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엔비디아는 이후 게임용 GPU 시장에서 분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는 벽과 창문은 물론 바닥 타일까지 모두 삼각형으로 구성돼 있다. 3D 그래픽의 기본 구성요소인 삼각형을 건물 전체에 적용한 것이다.

이후 엔비디아는 비트코인 등장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8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자 코인 채굴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이들이 비트코인 채굴을 할 때 필요한 것이 복잡한 수학식을 빠르게 풀어주는 GPU였다. 이어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PC 수요 급증으로 실적이 대폭 늘고,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기도 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폭발적 성장의 계기는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개발한 생성 AI 챗봇 챗GPT의 등장이었다. 챗GPT를 구동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 GPT를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챗GPT 등 생성 AI 개발에 쓰이는 GPU에 대한 빅테크들의 주문이 빗발치면서 주가에도 날개가 달렸다. 엔비디아 시총은 2022년 말 이후 이날까지 약 1년 반 동안 9배 넘게 불어났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