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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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 ‘테크 랠리’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반도체주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주 시가총액(시총) 비중은 코로나 사태 이후 최고점까지 치솟았다. 증권가에선 “이제 슬슬 리스크 관리에 들어갈 시점”이란 경계론과 “과거 흐름을 감안할 때 여전히 반도체 업종에 머물러야한다”는 긍정론이 맞붙고 있다.

韓 증시 반도체 비중 사상 최고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3.51% 오른 135.58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장중 한 때 136.33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시총은 종가 기준으로 3조3350억달러(4609조원)로 불어났다. 전날까지 시총 3위에 있었던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달러)을 제치고 단숨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엔비디아가 시총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미국의 테크 랠리는 한국 증시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업중의 시가총액 비중은 30%에 육박(29.9%)해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기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유가증권시장에서 반도체 시총 비중이 30%를 넘었던 건 2020년 3월 32.5%와 2021년 1월 30.8% 두 번 뿐이다.

반도체 시총이 이렇게 불어났는데도 하나증권은 ‘반도체를 떠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개별 종목 장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핵심 종목에 붙어 있으라는 게 하나증권의 조언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2010년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대비 상대 성과는 연평균 수익률이 17%포인트 높은 수준"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반도체 업종의 과거 중장기적인 성과를 곱씹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6월에도 지속적으로 개별종목 장세가 나타나고 있고 거래대금 상위와 고베타(민감도가 높은) 팩터(요인)의 성과가 우상향되고 있다"며 "단시 매매보다는 코어 종목에 붙박이로 붙는 전략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솔솔 불어오는 경계론

/자료=유안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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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반도체 업총에 지나치게 쏠려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슬슬 관리해가야할 시점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보다는 쏠림이 심하진 않지만 지난해부터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투자심리도 미 빅테크 위주로 형성된 만큼 향후 국내 증시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연초부터 코스피지수가 4.1% 상승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기여도가 3.3%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 과열 논란이나 가격 부담에 따른 조정이 생길 경우,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반도체 업종의 시총 비중은 이익비중을 크게 웃돌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금씩 위험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노정동/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