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내재가치,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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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들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이 다른 자산에 비해 더 큰 변동성을 보이는 이유로는 고래들이 소유한 대규모의 물량과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 등이 있다. 그러나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내재가치에 대한 의문에 기인한다.

2009년 전자화폐로 등장해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까지, 비트코인의 내재가치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된 오늘날, 전설적인 투자자들과 저명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비트코인이 ETF 승인을 받으며 내재가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서 도대체 얼마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가에 있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내재가치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트코인이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특성을 지닌 자산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현재 비트코인이 ①송금 및 결제 수단 ②가치 저장 수단 ③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비트코인의 각 용도별 잠재 가치를 평가해보고자 한다.

①송금 및 결제 수단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비트코인이 화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선진 금융 시스템에서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와 같이 법정화폐의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이 화폐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엔지니어인 Alejandro는 "Walmart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식료품으로 가족들이 생활을 유지한다"고 말하고, 베네수엘라 교사인 Ricardo는 "비트코인만이 생존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초인플레이션 국가에서 화폐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국가들에서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할 때 그 잠재 가치는 얼마나 될까?

헤리티지 재단이 선정한 인플레이션이 높고 물가상승률 통제 가능성이 낮은 35개 국가들의 통화를 비트코인이 대체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았다.

이들 국가들의 총 통화량(M2 기준)은 약 3.4조 달러로,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1.3조 달러 대비 약 2.5배에 해당한다. 비트코인이 신흥국뿐만 아니라 G20 선진국들의 총통화량 110조 달러의 일부를 대체하게 된다면 그 잠재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론 현재 선진국에서의 비트코인 결제는 아직 불편한 점이 많지만, 페이팔과 스퀘어 같은 기업들이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②가치 저장 수단

비트코인은 전자화폐로 시작했지만, 최근 몇 년간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금의 속성인 희소성과 불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경우 그 잠재적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엔 다소 관심이 떨어졌지만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Stock to Flow(S2F)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S2F 모델은 금과 같은 희소 자원의 총공급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눈 값을 기반으로 가치를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자원이 희소해질수록 그 가치는 높아진다. 비트코인의 경우 3~4년 주기로 발생하는 반감기 때마다 희소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것이 S2F 모델의 기본 가정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S2F는 2021년 금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5년이 되면 공급량 감소로 인해 금보다 희소한 자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델은 21년까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원인을 설명해 왔지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그 추세를 다소 이탈한 상황이다. 22년 당시 피델리티의 애널리스트 Jurrien Timmer의 S2F 모델에 따르면 작년 반감기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약 $98,000까지 상승 후 25년에 $1,000,000을 전망했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전통적인 가치 저장 수단인 금을 대체할 경우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3조달러로 전체 금 시가총액 15조 달러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이 금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경우 현재 가격 대비 10배 이상 상승할 여력이 있다. JPMorgan은 비트코인 가격 전망치를 $146,000으로 제시하며, 비트코인이 투자 목적의 금 수요(약 3조 달러)를 대체할 경우 이 가격에 도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③비트코인의 포트폴리오 편입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잠재 가치를 평가해볼 수 있다. 최근 ETF 출시 이후 다양한 월스트리트의 투자 대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테슬라, 스퀘어, 넥슨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도 자사의 재무제표에 비트코인을 편입하기 시작했다.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피델리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1%의 기관투자자들이 향후 5년 이내에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는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ARK의 캐시 우드 CEO는 기관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중간 정도 비중을 비트코인에 할당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5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가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145조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일부 자금이 비트코인에 할당된다면 비트코인의 잠재 가치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올해 초 비트코인 ETF 출시 이후 ETF 유입액의 증가와 함께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의 비트코인 포트폴리오 편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비트코인에 친숙하며 투자에 거부감이 적다. 향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가 밀레니얼 세대로 이전될 것을 가정하면, 전 세계 X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가 보유하는 자산은 147조 달러에 달한다. 이 중 2%만 비트코인에 투자해도 시가총액은 3조 달러로 현재 대비 2배가 되며, 5%를 투자할 경우 잠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7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의 포트폴리오 편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은 비트코인을 혐오스럽고 문명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켄 그리핀, 나심 탈레브 등 다른 투자 대가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과거 UBS 리서치 보고서에서도 대체 코인의 등장과 급격한 규제 환경의 변화가 발생할 경우 비트코인 가치가 0에 수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양자컴퓨터와 같은 신기술의 등장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더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여 바라볼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크로스앵글은…

크로스앵글은 크립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 운영사다. 쟁글은 글로벌 가상자산 공시, 평가와 더불어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 산업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