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단체 금지행위' 적용…법정 다툼 전적은 1승 1패
2014년보다 휴진율 낮아…"전공의 사직 등 종합 고려해야" 분석도
의협과 3차전 나선 공정위…핵심은 '휴진 참여 강제' 입증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의료계 집단 휴진 하루 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착수하면서 양측의 '3차전'이 본격화는 분위기다.

앞선 두 번의 법정 다툼에서 '1승 1패'의 성적을 거뒀던 공정위는 휴진 참여 독려의 '강제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의협 공정위 '3차전'…상대 전적은 1승 1패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의협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의혹'과 관련해 이날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는 사업자단체가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현재 또는 장래의 사업자 수를 제한하거나 구성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등에 인정된다.

이번 조사는 해당 조항과 관련해 공정위와 의협이 벌이는 '3차전'이다.

공정위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에도 의협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해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의협은 두 번의 제재에 모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과는 '1승 1패'였다.

승패를 가른 것은 강제성에 대한 입증이었다.

2000년 의약분업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집단 휴진 당시 불참사유서 징구 등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강제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014년 원격의료 파업 사건에 대한 공정위 처분은 대법원에서 취소됐다.

의사협회가 의사들의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의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 강제성이 없었다는 취지였다.

의협과 3차전 나선 공정위…핵심은 '휴진 참여 강제' 입증
◇ 관건은 '강제성 입증'…저조한 휴진율 등은 변수
이번 '집단 휴진' 사태와 관련 조사에서도 핵심은 강제성에 대한 입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구성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휴진 참여를 강제했다고 판단돼야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아직 이를 뒷받침하는 뚜렷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의협은 앞서 문자와 공지, SNS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휴진 참여를 독려하면서도 반드시 휴진에 참여하라는 '강요성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불참 사유서를 받는 등 불이익을 주려는 움직임도 현재까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앞선 사례와 비교했을 때 휴진율이 낮다는 점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건 초기 병의원 휴진율은 90%에 달했다.

사실상 모든 병원이 휴진에 동참했던 셈이다.

반면 2014년 원격의료 파업 당시 휴진율은 20%가량이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20%대로 낮았다'는 부분을 근거로 들며 강제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집단 휴진 사태에서도 휴진을 신고한 개원의는 4%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에서 각자 집계한 실제 휴진율이 반영되더라도 전체 병의원의 휴진율은 10% 안팎일 것으로 관측된다.

패소했던 2014년 파업 당시보다도 휴진율이 저조한 상황인 만큼, 강제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집단 휴진의 경우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 의료계 종사자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휴진율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휴진율 등 단편적인 지표 외에도 전공의 사직부터 시작된 의료계 전반의 반발 움직임이나 강경한 의협의 대응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강제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제재 여부나 수위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조사를 통해 법 위반이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