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과 겹쳐 한반도 문제 언급에 신중 가능성
늦어지는 중국 입장 발표…한중 외교안보대화에 묻어난 '고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지만 중국 측이 이튿날 오전 10시가 지나도록 대화 결과를 밝히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홍균 제1차관과 중국의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개최한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양자관계,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다.

전날 오후 3시쯤 시작한 회의는 애초 2시간가량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 오후 7시가 돼서야 끝났다.

양측은 만찬을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한국 측 대화 결과 보도자료는 자정을 넘겨 오전 12시20분에 나왔지만, 중국 측 입장 자료는 배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동행사 보도문은 상대국과 비슷한 시간에 맞춰서 내는 것이 관례고, 중국의 경우에도 저녁 회담 등 특별한 사정이 있더라도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는 보도문을 발표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이번 외교안보대화가 푸틴 대통령 방북과 공교롭게도 겹치면서 민감성이 커져 중국 측 발표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중러로 묶이는 것을 불편해하는 중국은 푸틴 대통령 방북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푸틴 대통령 방북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에게 "이것은 러조(러북) 간의 양자 왕래"라고만 답했다.

린 대변인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는 "원칙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은 러시아와 관련 국가(북한)가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는데 말을 더 아낀 것이다.

중국 입장에선 북러가 똘똘 뭉쳐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달갑지 않지만, 우방인 북한과 러시아를 배려하지 않을 수도 없어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한반도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공개하는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측 입장이 한국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외교부는 중국 측이 조태열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러북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는데, 이는 북러 협력에 대한 견제성 발언이어서 중국 입장에선 공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다.

늦어지는 중국 입장 발표…한중 외교안보대화에 묻어난 '고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