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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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부자 순유출 규모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7위를 기록한 데 이어 순위가 또 오른 것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인 헨리 앤 파트너스가 공개한 '2024년 헨리 개인자산 이주 보고서'(Henley Private Wealth Migration Report 2024)에 따르면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순유출은 올해 1200명으로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헨리 앤 파트너스는 자산정보업체 뉴월드웰스의 자료를 인용해 고액순자산보유자(HNWI) 국가별 유입·유출 전망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고액순자산보유자 유출입은 유동성 투자 가능 자산을 미화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이 타국에서 6개월 이상 머문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 앞에는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부유층 순유출은 전년 대비 50% 증가하며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2년 400명에서 2023년 800명으로 두배가 되며 7위로 올라섰는데, 이번에는 순위가 3계단 뛴 셈이다.

한국의 부유층들이 향하는 곳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분석됐다. 도미닉 볼렉 헨리 앤 파트너스 개인고객그룹 대표는 올해가 자산가들 이동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해 자산가 이주는 총 12만8000명으로 지난해 기록(12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지정학적 긴장, 경제 불확실성, 사회 격변 등이 이유"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올해 부유층 순유출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 이후로 자산가 이탈 추세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각지에서 부자들이 영국으로 몰려왔는데 이제는 거꾸로 '엑소더스'가 벌어져서 2017년부터 6년간 1만6500명이 순유출됐다. 여기에 다음 달 총선 후 부자 과세를 지향하는 야당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큰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올해 순유출이 1000명으로 5위에 올랐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8500명과 2023년 2800명에 비해선 급감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밖에 대만(400명)이 8위, 베트남(300명)이 공동 9위를 기록했다.

순유입 1위는 아랍에미리트(UAE)다. UAE는 올해 순유입이 6700명으로 예상된다. 개인 소득세가 없고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한 영향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엔 러시아 부자들이 몰려간 데 이어 이제는 영국과 유럽인 이주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UAE 다음으로는 미국(3800명), 싱가포르(3500명), 캐나다(3200명), 호주(2500명)가 뒤를 이었다.

볼렉 대표는 "고액 자산가가 많이 증가한 국가들은 이들을 유인하는 정책을 적극 펼쳤다"고 부연했다. 뉴월드웰스의 연구 책임자 앤드루 아몰리스는 "자산가가 이주해오면 외환 수익이 발생하고, 그들이 새로운 사업을 벌이면 현지에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는 2013년 이후 10년간 28% 증가했다. 한국은 고액순자산보유자가 10만9600명으로 세계 15위 수준이다. 미국(549만2400명), 중국(86만2400명), 독일(80만6100명), 일본(75만4800명), 영국(60만2500명)이 상위 5위권이다.

중국(92%), 인도(85%), UAE(77%), 싱가포르(64%), 미국(62%)은 10년간 큰 폭으로 고액순자산보유자가 늘었으나, 영국과 일본은 각각 8%와 6%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