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친 中 증시 노려라"…현지인도 주목하는 수출·배당株는?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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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한화자산운용 해외주식운용팀 부장. /한화자산운용 제공
고정희 한화자산운용 해외주식운용팀 부장. /한화자산운용 제공
“중국 증시가 최악의 바닥을 지났습니다. 특히 전기차, 건설기계, 전력 설비 업종의 주가 도약이 예상됩니다.”

고정희 한화자산운용 해외주식운용팀 부장은 19일 “내달 말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와 4분기 경기 지표 개선 기대감이 중국 증시의 주요 투자 포인트”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인이자 17년차 중국 투자 전문가인 그는 2008년 한화그룹 중국 공채 1기로 고국을 떠나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가 운용에 참여하는 중국 펀드는 올들어 수익률 8%를 기록하며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업계 펀드 중 최고 성과를 내고 있다.

신흥국 수출 호조…차·전력장비株 주목

고 부장은 연초 부동산 위기가 초래한 중국 경기 위축이 진정세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결국 중앙정부가 직접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등 부양책에 나섰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차이나 지수가 올들어 8% 상승하는 등 증시도 회복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진행하지 못한 3중전회가 다음 달 말 열려 중장기 경제정책 로드맵이 발표되고 나면, 상장사들 주가가 본격적으로 힘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선 정부의 부양책들은 4분기 구매자관리지수(PMI), 경제성장률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관측이다.

그는 여러 지표 중에서도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개선세인 점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 승용차 수출 규모는 올들어 지난달까지 187만 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고 부장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겪고 있지만, 자동차 수출은 동유럽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올들어 주가가 32.31% 올랐다. 건설기계와 전력 장비도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중국 지게차 1위 업체 안휘합력, 전력 자동화 업체 국전남서테크놀로지 등의 주가는 같은 기간 22.71%, 11.09% 상승세다.

중국 내 고배당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 부장은 “부동산으로 큰 차익을 벌던 중국인들은 원래 배당수익률 5%가 넘는 종목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3년 예금 금리가 1.95%, 2년물 국채금리가 1.73%로 내려오며 상황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 배당 강세를 이루는 종목들은 국영은행과 고속도로 운영사, 발전소 등으로 경기지표에 영향이 덜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중국공상은행(7.58%), 중국건설은행(7.8%), 중국 강소성에서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쟝수익스프레스(6.01%) 등이 탄탄한 연간 배당수익률을 자랑하는 이유다. 이들 주가는 올들어 18.85~24.52% 올랐다.

"中 증시 순환매 빨라…'고점 투자' 주의"

"바닥 친 中 증시 노려라"…현지인도 주목하는 수출·배당株는?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최근 주가가 다시 뛰고 있는 중국 부동산 관련 상장사에는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4월 중국 중앙정부는 정치국 회의를 통해 “부동산 리스크를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달 저점을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롱포그룹홀딩스(32.09%) 반케(40.11%) 등의 주가는 일괄적으로 뛴 상태다. 하지만 고 부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은 중소도시에 재고가 쌓여있어 가격 안정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는 신규 착공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업체들이 과거와 같은 성장궤도에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순환매가 빠른 중국 증시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중국은 정치 체제의 특성 때문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정책 발표에 따라 관심 주가 자주 바뀐다”고 강조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종목은 투자를 피하는 것이 순환매 장세에 휘말리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고 부장은 “중국 증시에서 종목 투자의 ‘치고 빠지기’가 자신 없다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업종 평균 PER과 비교해서 수치가 높은 종목의 투자를 경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