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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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대기업 셸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치고 싱가포르 액화천연가스(LNG) 기업을 인수한다.

파이낸셜뉴스(FT)는 18일(현지시간) "셸이 전날 싱가포르 투자 펀드 테마섹으로부터 싱가포르 가스 기업 파빌리온 에너지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테마섹은 2013년에 파빌리온을 설립했다. 아시아에서 증가하는 LNG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초기 투자금은 10억 달러였다.

파빌리온은 현재 싱가포르 전력 및 산업용 가스 수요의 3분의 1 이상을 LNG와 파이프라인 가스로 공급하고 있다. 테마섹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파빌리온은 올해 3월 기준 지난 1년 동안 세후 4억 3800만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전 회계연도의 6억 6600만 달러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파빌리온은 2019년엔 스페인 에너지 대기업 이베르드롤라의 LNG 사업을 인수했다. 현재 연간 약 650만 t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장기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셸과 테마섹은 거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테마섹은 지난 3월 말 파빌리온의 사업 가치를 36억 3000만 달러로 평가했다. 다만 파빌리온의 탄자니아 가스 프로젝트에 대한 지분은 이번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셸은 연간 7000만 t 정도 되는 LNG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셸은 2030년까지 2022년 수준 대비 LNG 구매량을 20~30%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셸은 "이번 인수는 셸의 LNG 리더십 위치를 강화하고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상당한 LNG 물량과 추가적인 유연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기업들이 LNG 구매를 대폭 늘리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수요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과 개발도상국들이 비교적 더 깨끗한 에너지 전환의 가교 연료로서 LNG에 대한 의존도를 넓히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러시아는 전쟁 이전인 2021년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약 45%를 책임졌다. 2022년 개전 이후 그 비중은 15%까지 크게 줄었다.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유럽 각국은 선박으로 실어 나르는 LNG 수입을 크게 늘리는 등 대체재를 찾고 있다.

셸은 3월 발표한 'LNG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전환이 가속됨에 따라 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LNG 수요가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LNG에 대한 연간 수요는 2040년 무렵엔 6억 2500만~6억8500만 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