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사업가 김강원 씨, '조현묘각운' 시판 기증
2022년 묘지 이어 세 번째 기증…"문화유산 환수 등 힘 보탤 것"
"대대로 효자날 것"…송진우 父 흔적 담긴 현판 일본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고하(古下) 송진우 선생(1890∼1945)의 부친이 시문을 적은 현판이 일본에서 돌아온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9일 일본에서 고미술 거래업체 '청고당'을 운영하는 김강원 씨로부터 '조현묘각운'(鳥峴墓閣韻) 시판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시판은 시문을 써넣은 현판을 뜻한다.

가로 50㎝, 세로 34㎝ 크기의 시판은 19세기 중반∼20세기 초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시판에는 전남 담양군 창평면 광덕리에 있는 옛 지명인 '조현'에 묘각(무덤 옆에 제사 등을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을 기념해 후손이 번창하기를 축원하며 읊은 한시가 쓰여 있다.

"상량(上樑) 올려 용마루 멀리 북쪽 향하고 자그마한 산소는 우리 동방 울릴만하니 대대로 어진 손자, 효자가 날 것이고 때때로 밝은 달에 맑은 바람 불어오네…" (시문 일부)
"대대로 효자날 것"…송진우 父 흔적 담긴 현판 일본서 돌아온다
시문의 끝에는 '수죽 송훈이 삼가 쓰다'(守竹宋壎謹稿)는 내용이 있어 송훈이라는 사람이 지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평송씨 족보에 따르면 '수죽'은 송진우 선생의 부친인 송훈의 호다.

고하 송진우 평전(1990)에 따르면 송훈은 사재를 털어 신식 학교인 담양학교를 설립했으며 아들을 담양군 창평에 있는 영학숙(英學塾)에 보내 신학문을 배우게 했다고 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조현묘각운' 시판은 전형적인 조선 후기 현판으로, 송훈이 과거 담양군 조현 지역의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강원 대표가 우리 문화유산을 기증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93년 일본으로 건너가 다양한 고미술품을 거래하며 현지에서 인맥을 쌓아왔던 그는 2022년 '백자청화 김경온 묘지', '백자청화 이성립 묘지' 두 점을 기증한 바 있다.

"대대로 효자날 것"…송진우 父 흔적 담긴 현판 일본서 돌아온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은 돌이나 도자기 판으로, 고인의 생애를 기록한 흔적이자 시대사를 연구할 때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유물로서 가치가 있다.

평소 문화유산 환수에 관심 가져온 김 대표는 송훈의 이름을 확인한 뒤, 자비로 유물을 구입했고 재단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김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김 대표는 "문화유산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많은데 작은 일을 했을 뿐이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며 문화유산 환수를 위해 민간에서도 힘쓰겠다는 뜻을 전했다.

기증받은 시판은 다음 달 중 국내로 들여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한 뒤, 추후 전시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현지 협력망을 강화하는 한편, 나라 밖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환수해 보호·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대로 효자날 것"…송진우 父 흔적 담긴 현판 일본서 돌아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