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금 180억원…임대사업자·리베이트 건넨 건축주 등 60명 송치
'역갭투자'로 빌라 293채 사들여 전세사기 벌인 모자
수도권 일대에서 180억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엄마와 아들을 비롯한 일당 60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사기 혐의로 이모(57)씨를 구속 송치하고, 이씨의 아들 A(31)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세입자 69명의 전세 보증금 약 18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씨 모자는 빌라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서울 281채, 경기 5채, 인천 7채 등 수도권 일대에서 293채의 빌라를 사들였다.

이씨는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으면 당신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와라"라고 말하는 등 보증금을 돌려주려는 계획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별다른 수입이나 자본 없이 건축주로부터 오히려 건당 약 600만∼2천7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는 이른바 '역갭(逆gap)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매입했다.

역갭투자란 빌라 등의 매수자가 건축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으며 주택을 구매하는 투자 방식으로, 전세 보증금이 실제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된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이씨 모자와 거래한 건축주들은 신축 빌라를 분양하는 동시에 세입자들과 전세 계약을 맺어 분양가보다 높은 보증금을 받았다.

건축주들은 이렇게 맺은 전세 계약을 이씨 모자에게 승계하며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의 약 6∼12%를 이씨 모자와 분양팀, 공인중개사 등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건축주들은 몇 달간 전세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에게 줄 리베이트를 처음 정했던 1천만원에서 1천800만원까지로 올리며 이들이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도록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찰은 이같은 방식으로 이씨 모자와 공인중개사, 분양팀 등에 건당 1천800만∼3천400만원의 리베이트를 준 건축주 6명과 건축주로부터 건당 약 300만∼6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분양팀 8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아울러 전세 계약을 중개해주고 건축주, 분양팀으로부터 건당 200만∼1천800만원의 법정 수수료를 훌쩍 넘는 수수료를 받은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 44명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피해자 중 상당수가 부동산 임대차 경험이 부족한 20∼30대였으며, 이들은 전세 계약 시점부터 빌라의 가치가 전세 보증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른바 '깡통전세'였다는 사실 등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전세 사기 등 부동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차인들은 임대차 계약 전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으로 주변 매매가 및 전세가를 확인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안심 전세 앱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과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역갭투자'로 빌라 293채 사들여 전세사기 벌인 모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