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디아블로 캐니언 원자력발전소 / 사진=AP
캘리포니아 디아블로 캐니언 원자력발전소 / 사진=AP
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열풍이 속에서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등 '픽 앤드 셔블(삽과 곡괭이)' 종목들도 수혜주로 지목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서부의 골드러시가 펼쳐진 1800년대 중반 금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많지 않고 오히려 삽과 곡괭이를 판 상인 돈을 많이 벌었다는 데 주목한 투자전략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기업들은 AI 데이터 센터 건설에 나서면서 관련 기자재 업체들이 각광받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서버를 위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원자력발전소 수명을 연장하거나 신규 건설을 추진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는다.

원전 르네상스 수혜 '커티스라이트'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AI 붐의 수혜가 예상되는 전력 인프라, 데이터 센터 장비·건설 기업과, 에너지, 소재 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S&P500 유틸리티(수도·전기·가스 등 인프라) 지수는 올들어 8.35% 상승했다. S&P지수 전체(15.69%)와 정보기술(IT) 부문 상승률(31.53%)보다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나디아 노벨 UBS 전략가는 "AI 관련 투자는 한 두개 주식에 한정되지 않고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가 기본이지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종목들은 이미 빠르게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급 문제가 부각되면서 엔지니어링 기업 커티스라이트의 주가는 올들어 25.29% 급등한 278.6달러로 이날 마감했다. 이 회사는 원자로 냉각 펌프 등 원전의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AI의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 확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목표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유럽에서만 신규 원전 20~25기 건설이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커티스라이트 목표 주가를 33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원전 수명 연장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이 회사는 미국과 캐나다의 원자로 110여기를 비롯해 한국 원전에도 장비를 납품한다. 커티스라이트 관계자는 "원전 현대화로 미국에서만 2050년까지 70억달러 규모의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설비 기업 주가도 급등

데이터 센터 건립에 직접 참여하는 장비, 관련 기자재 기업들 주가도 상승세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장비와 냉각 장치를 제조·공급하는 버티브홀딩스의 주가도 올들어 이날까지 108.9% 상승했다. 1분기 신규 주문이 전년 동기보다 60% 늘어난 덕분이다. 버티브의 수냉식(물로 장치 냉각) 온도 제어장치가 공냉식에 비해 AI서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업용 건물용 전력관리 시스템 기업 존슨컨트롤스도 연초 대비 21.06% 올랐다. 데이터센터 내부 공간의 효율적인 냉각을 위해선 스마트 빌딩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튼코퍼레이션도 올들어 37.12%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 전력관리기업인 이튼 은 변압기, 스위치 기어, 배선장치 등 다양한 전기 관련 기자재를 생산한다. AI붐과 더불어 바이든 정부가 추진중인 전력망 업그레이트 사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기존 송전선을 업그레이드하는 경우 환경영향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억제법(IRA) 지원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이현일/김리안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