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제주가 곤욕을 앓고 있다. 당초 엔저 현상 등으로 일본 여행이 급부상한 탓에 내국인 발길이 뚝 끊기면서 제주를 다시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경제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데 기대감이 모아졌다. 하지만 최근 내수 부진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중국 관광객들이 예전만큼 돈은 쓰지 않는다는 반응에 각종 '비(非)매너' 논란까지 불거지며 시끄러운 모양새다.

제주 몰려가는 中 관광객들

19일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월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42만45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 관광객 수는 8.7% 감소했다.
지난 1~4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00%를 웃돌았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지난 1~4월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00%를 웃돌았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올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60%도 안 됐는데, 올해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언론과 인터뷰 중인 오영훈 제주도지사. /출처=제주도청
중국 언론과 인터뷰 중인 오영훈 제주도지사. /출처=제주도청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늘어난 경향도 있지만, 도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중국을 공략하고 있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중국 현지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등 직접 발 벗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지난달 도는 30일 열린 19회 제주포럼에서 관광 협력 세션을 마련해 중국 대표 관광기업들을 참여시키며 중국 관광기업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조도 꾀했다.

불만 폭발한 제주도민들

제주도의 한 대로변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대변을 보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제주도의 한 대로변에서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대변을 보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나 제주도민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됐던 것은 일명 '대변 사건'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유아가 제주 한 대로변에서 대변을 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진에는 적신호에 횡단보도를 보행하는 중국인 관광객 무리도 함께 담기면서 '매너 논란'이 가열됐다.

최근 도내에서 이런 '비매너'를 심심치 않게 포착할 수 있다는 게 도민들의 반응이다. 제주도민 40대 A씨는 "최근에 찜질방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 중국인 관광객이 떼로 와서 난리도 아니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귀가 '웅웅' 거렸다. 결국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나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도민 B씨는 "최근 수목원에 다녀왔는데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수목원은 금연 구역인데 일부 관광객이 버젓이 담배를 피워댔다. 올라가지 말라고 쓰여 있는 곳도 올라가고 정말 매너가 엉망이었다"고 전했다.

최근 제주도민이 모인 맘카페에는 이러한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맘카페 회원들은 "카페 안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다", "절에서 담배 피우는 중국인을 봤다", "벌금을 세게 물려야 한다" 등 유독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불만이 많이 보인다.

"예전처럼 돈도 안 쓴다"

서울 중구 한 환전소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 환전소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환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 활력 효과 또한 미미하다. 도에 따르면 지난 1~4월 제주 방문 관광객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증가했다. 내국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으나, 외국인 관광객 사용액이 80.9% 급증하면서 상쇄한 효과다.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외국인 중 80%에 달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2000% 넘게 폭증한 점을 고려하면 상승 효과가 미미하다.

실제 제주도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은 저가 크루즈 여행을 많이 오는거라 돈을 별로 안 쓴다. 인원만 많이 오지 도움이 별로 안 된다", "중국인들이 많이 와도 돈을 안 쓰고 간다", "예전처럼 돈을 쓰지않고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소문난 맛집 정도를 찾아 다니는 것 같다" 등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 '큰손'으로 불렸던 중국인들의 낮은 구매력 현상은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된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은 더 많은 관광객을 원한다. 단지 '좋은 매너'를 가진"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저가 패키지로 도착하는 관광객들에 대해 대중은 환영이 아니라 무례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면서 돈도 예전만큼 안 쓰면서 매너가 부족한 일부 중국인 관광객의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이는 중국 경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경기 지속, 코로나19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윈윈 전략 필요"

도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내국인 관광이 줄어드는 마당에 해외 관광객을 반기지 않을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도 해외로 가는 자국민들에게 계도하고 있고, 우리도 계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일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정 국가를 겨냥하기보다 비매너 사례와 관련 한국법 등을 포함한 영상을 제작해 비행기 안이나 크루즈에서 시청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최근 내수가 어려워진 한국 입장에서도 일부 관광객 때문에 특정 국가 전체를 안 좋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면서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