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37도로 예보돼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19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일산문화광장.
점심시간에 광장 쉼터 벤치에 앉아 친구분과 이야기하며 더위를 쫓고 있던 민모(71) 할아버지는 "30년간 일산에서 살았는데 6월에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르포] "일산에서 30년 살았는데 6월에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이야"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실내를 택한 탓인지 이날 광장에 모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매일 점심 식사 뒤에 이 광장을 찾는다는 민 할아버지는 "평소에는 벤치 자리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여유 있게 자리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양산을 손에 들고 선글라스, 선캡 등을 쓰고 빠르게 이동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려야 할 때는 시에서 설치한 그늘막이나 나무 그늘 아래를 찾았다.

그래도 땀이 줄줄 흐르자 인상을 쓰는 시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르포] "일산에서 30년 살았는데 6월에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이야"
점심 식사 뒤 손풍기를 든 채 회사로 복귀하던 30대 시민은 "오늘 아침에 고양 최고기온이 37도가 찍힌다고 해서 집에서 양산, 팔토시 등 여름용품을 잔뜩 챙겨왔다"고 말했다.

기자가 광장 중앙에 서 있은 지 3분도 채 지나지 않자 이마와 등에선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공원 잔디밭에선 비둘기들도 나무 아래 그늘에 모여 푹푹 찌는 불볕더위를 피했고, 뙤약볕에 달궈진 도심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농장과 축사에서 농민들은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고양시 일산동구 설문동에 있는 백승찬 대표의 접목 선인장 농장 비닐하우스의 내부 온도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44.6도를 기록했다.

백 대표는 "목에 얼음주머니를 하고 작업을 해도 10분만 지나면 냉기가 가신다.

정말 더운 날씨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하우스에 큰 얼음 물병을 가져다 놓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르포] "일산에서 30년 살았는데 6월에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이야"
이어 "점심시간이 지나면 하우스에는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다"며 "오후 4시까지 오전에 선별한 선인장을 다듬고 난 뒤 하우스에서 남은 선별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근 한우 농가 축사에는 연신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오전인데도 축사 내부 온도는 33도에 달했다.

폭염이 지속하면 가축은 스트레스를 받아 식욕과 성장이 부진하고 질병에 걸리기 쉽다.

수도권기상청 관계자는 "맑은 날씨가 유지되고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고양시의 이날 최고 온도는 오후 1시 34분께 36.7도를 기록했다"며 "내일까지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