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 주주허락 받아야"…국내 '세이온페이' 도입 방안은
회사 경영진 보수 결정시 주주의 권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원의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를 국내에도 도입해 임원이 성과와 책임에 알맞은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19일 오후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공동 개최한 '임원 보상의 최근 흐름과 규율 체계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한국은 이사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권리가 제한적"이라며 "이사 보수와 관련한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상법 제388조에 따르면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정관상 보수를 정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주주총회 결의시 전체 이사의 보수 총액 한도만 승인하는 방식으로 관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규정은 1962년 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영국의 '세이온페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임원의 과거의 보수수준과 미래의 보수정책에 대해 모두 주주총회에 표결을 거치는 제도로 2003년 처음 시행됐다. 보수정책은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집행할 수 있고, 보수정책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는 최소 3년마다 이뤄져야 한다. 이 교수는 "영국은 보수수준(보수보고서) 및 보수정책에 대한 규정이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라며 "(국내 도입시)회사가 자의적으로 정보를 생략하거나 공시가 부실하지 않도록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계열사 중복 보수 허용 여부 △기본급 산정이 직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지 △주식 보상 이유 및 구체적인 계약 내용 △퇴직금 지급률 수준은 어떤지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지배주주가 미등기임원으로 고액 보수를 받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 상장회사의 경우 해외 주요국에 비해 임원보수에 대한 주주의 승인 권한이 제한적"이라며 현행 상법상 임원보수 결의 주체와 내용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 연구원은 "이사보수의 경우 실지급액보다 과도한 한도로 승인받는 경우가 많고, 보수산정 근거도 알 수 없다"며 "현행법과 주주총회의 권한을 고려해 보수위원회를 강화하고 주총 결의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행 임원보수 정보를 담은 사업보고서 공시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이사 보수 산정기준과 근거를 기재한 사업보고서가 주주총회 1주 전에 이뤄져 충분한 검토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내외 주요 기업의 이사 보수의 판단기준을 공시하는 시기를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는 8일 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49일 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65일 전, 일본 미쓰비시는 30일 전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늦게 공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별보수가 공시되는 임원 5인의 경우 계열사에서 받는 보수와 최소 3년치 보수 현황을 알 수 있도록 기재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보상 시스템이 단기 실적에 기반한 현금 성과급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주식 등을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미국의 경우 3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 주가상승과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보상을 받는 구조"라며 "근속연수 기반 스톡옵션은 물론, 성과연동형 스톡옵션, 성과연동주식(PSU),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등 다양한 형태의 주식보상이 지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선 SK그룹과 한화 등이 스톡옵션과 성과연동주식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한화는 2020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RSU를 도입했다. RSU는 성과 보상을 현금 대신 양도 제한 조건을 붙인 주식으로 주는 제도다. 내년부터 전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한화의 RSU 기반 성과급 제도에 대해 신 교수는 "굉장히 파격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회사의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애가 타는 것은 주주들일 뿐 정작 페널티를 받는 경영자는 아무도 없는 구조"라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장기성과에 기반한 성과급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