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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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품이라고 가짜를 만들어 사기를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세히 보면 삼성 영문 표기를 'SAMSUNG'이 아니라 'SAMSVNG'으로 교묘하게 해놓은 것들도 꽤 보입니다."

한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에서 외장 메모리를 찾던 A씨는 유명 브랜드와 유사한 영문명이 적힌 '짝퉁'(가품) 제품을 찾아냈다. 삼성 제품이라기엔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인 제품들을 살펴보던 그는 표기가 살짝 다른 것을 발견했다.

짝퉁 10건 중 8건 '해외직구'…中 비중 97%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은 총 8만5247건, 134만여개로 집계됐다. 이 중 81.6%(6만9525건)는 해외직구 물품이 주로 반입되는 '특송목록통관'에서 적발됐다.

특히 특송목록통관에서 적발된 수량은 34만3000개로 지난해보다 197.8% 증가했다. 관세청은 "해외직구를 통한 짝퉁 반입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체 지식재산권 침해물품 가운데 97.2%(8만2822건)는 중국(홍콩 포함)에서 발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C커머스가 국내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자 그에 따른 피해 사례도 늘어난 것이다. C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는 가품 방지를 위해 판매자 검증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가품 의심 상품은 증빙 서류 없이 100% 환불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짝퉁 상품을 거의 대부분 사전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연구진(조윤호·최보름)이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를 통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네이버가 지난해 상반기 적발한 위조품 중 91.5%는 사전 모니터링 단계에서 걸러졌다. 사후 신고로 적발한 비율은 8.5%에 그쳤다.

네이버는 위조품 차단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그간 누적된 적발 데이터를 이용해 위조 가능성이 높은 상품들을 상당 부분 걸러낸다. 또 플랫폼에 상품이 등록될 때 AI 기반 탐지 시스템을 이용해 위조 여부를 검수한다.

네카오, 짝퉁 91~99% AI 기술로 사전 차단

위조품을 사전에 걸러내는 비율은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높았다. 카카오가 올 1~6월 자체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 적발한 위조품은 전체 적발 건수 중 98%에 이른다. 사후 신고로 처리된 위조품은 2%뿐이다. 지난해엔 전체 위조품 가운데 99%를 사전 모니터링으로 걸러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쇼핑하기' 입점 상품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별도 조직을 꾸려 자체 시스템 'PRMS'를 통해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PRMS는 불법 상품·광고를 적발하는 시스템이다. 이 외에도 커머스 지식재산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금칙어 키워드를 설정해 위조품 판매를 예방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은 '유효사업자'만 상품을 등록할 수 있도록 제한해 위조품 판매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경우 대부분 본사나 판매총판만 입점할 수 있다. 위조품 판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정부도 해외직구를 통한 위조품 유통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가품 차단을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AI 모니터링 등 해외 플랫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허청·관세청 보유 정보를 실시간 매칭하는 차단시스템을 도입한다"며 "플랫폼 기업이 가품 차단 조치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대외공표 등)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연구진은 "소비자 피해가 커지기 전에 위조품을 사전 차단한다는 점에서 AI를 활용한 위조품 사전 모니터링은 굉장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며 "보다 정확하고 정교한 감지를 위해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AI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