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쪽같이 속았다…'미모의 그녀' 소름 돋는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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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진 도용한 보이스피싱 조직
가짜 피싱사이트까지 만들어 돈 달라 요구
경찰 "친분 가장한 요구를 경계해야"
가짜 피싱사이트까지 만들어 돈 달라 요구
경찰 "친분 가장한 요구를 경계해야"

20대 대학생 A씨(남성)는 지난달 말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여성을 알게 됐다. SNS 계정을 모두에게 볼 수 있게 해둔 그녀는 프로필 사진만 봐도 딱 봐도 연예인 수준의 뛰어난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내가 누나니까 말 편하게 할게~” “난 지금 상하이야. 넌 서울이니?” “XX는 대학생이야?” 등 수시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대화를 이어가던 중, 미모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고민을 털어놨다.
“좀…복잡한 일인데”라고 운을 띄운 그녀는 “한 사이트에 쌓아둔 포인트를 빨리 환전해야 하는데, 내가 해외라 계좌 거래가 어렵다. 대신 받아줄 수 있을까”라고 부탁했다.

50만원을 입금한 A씨는 곧바로 VIP 등급이 됐지만 그래도 환전할 수 없었다. 고객센터 측은 환전을 요구한 A씨에게 갑자기 ‘환전 권한이 필요해서 추가금 30만원을 내야 한다’고 다른 요구를 했다. 이후 고객센터 측은 이런 방법으로 6차례에 걸쳐 각종 비용을 요구했고 A씨는 총 1480만원을 입금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라 A씨는 자신이 온라인 사기에 당했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입금한 계좌도 ‘더치트’에 사기 거래 피해가 접수된 대포통장인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A씨는 뒤늦게 온라인 대화를 했던 2주 동안 그녀가 전화통화를 피해왔다는 걸 깨닫고, 모든 게 사기란 사실을 눈치챘다.
기존의 로맨스스캠의 경우 아프리카 쪽 영미권 국가 내 범죄집단이 포털사이트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 대화를 나누며 범죄를 저질렀었다. 번역 자체가 어색하고 문법이 상당수 틀리다 보니 이를 접한 한국 사람들은 쉽게 범죄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A씨 사례는 실제 한국인이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친구를 맺는 것이 흔하다 보니 큰 경계를 하지 않았었다”며 “인스타그램 계정 관리도 잘 되어있어 사기라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죄 조직이 여성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보고 해당 사진의 여성 역시 사기 범죄의 피해자라고 추정하고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