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강남 최고 노른자 재건축 '발칵'
서울 강남구 한강변 재건축 단지인 ‘청담 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이 공사 중단 위기에 빠졌다. 조합이 일반분양을 늦추며 공사비 지급을 미루자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공사 중지를 예고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업계에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공사 중단 위기를 겪는 것은 일반분양 수익을 높이려는 조합의 욕심 때문이란 반응이 나온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7일 청담 르엘 공사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라는 제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조합 측에 일반분양 진행을 요청하고 추가 공사 기간·공사비 반영, 일반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지급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공사 측은 지난달부터 조합에 공사 중단 가능성을 알렸다. 계속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오는 9월께부터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진행해 공사비를 정산해야 하는데 조합 측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조합원조차 현재 상황을 모르고 있어 부득이하게 현수막을 게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비업계에선 조합 측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일반분양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 분양가가 턱없이 낮게 책정되니 분양을 늦춰 공사비 상승분을 최대한 반영하려 한다는 것이다. 1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 매각 시점도 미룰 경우 공사비를 매각가에 반영할 수 있어 조합으로서는 분양과 매각 일정을 모두 늦출수록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달리 시공사는 공사비 지급이 늦어지는 만큼 금융비용이 불어나 손해가 커진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에 묶여 공사비를 늦추는 온갖 방안이 조합 사이에서 공유된다”고 말했다.

2021년 착공한 청담 르엘은 지하 3층~지상 35층, 9개 동, 1261가구 규모로 공사 중이다. 애초 지난해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조합이 일정을 미루면서 하반기 분양도 불투명해졌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